연예가화제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매년 5월 중순, 전국 캠퍼스마다 울려 퍼지는 함성은 단순한 '학내 행사' 차원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올해도 14~16일 경희대·이화여대, 20~22일 고려대·건국대, 29~30일 연세대 등 국내 대학들이 5월 축제를 개최했고 또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매년 대학 커뮤니티의 관심사는 "우리 학교에는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다. 학생회 예산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막대한 섭외 비용 문제가 매년 화두로 떠오르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유명 가수의 섭외를 원하고 또 참석 연예인으로 학교 간의 미묘한 경쟁이 펼쳐지는 현실 속에서 연예인 섭외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물론 가수의 입장에서도 대학 축제는 이제 콘서트·팬미팅·음악방송과 나란히 서는 핵심 스케줄이 됐다. 소속사는 커스텀 의상을 별도로 제작하고, 세트리스트까지 학교 콘셉트에 맞춰 다시 짠다. 출연료로만 보면 시·군 단위 타 행사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이돌들은 앞다퉈 대학 축제 현장을 찾는다.
가장 큰 이유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다. 캠퍼스 축제에 참석하면 그 순간 1만 명이 넘는 관객의 스마트폰 렌즈가 곧바로 SNS 중계팀이 된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직캠’ ‘짤’ ‘릴스’ ‘틱톡 숏츠’가 동시에 업로드되고, 바이럴은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소속사 입장에선 이는 홍보비를 전혀 쓰지 않고 ‘국민 직캠러’들의 집단 마케팅을 얻는 결과를 낳는다. 관계자들은 "5분짜리 캠퍼스 직캠 영상이 지상파 음악방송 홍보 효과와 맞먹는다"고 평하기도 한다.
라이브가 탄탄한 팀에게는 '축제가 곧 또 한 번 찾아온 공개 오디션의 기회'이기도 하다. 여론을 주도하는 20대 앞에서 선보이는 보컬·호흡·무대 매너는 순식간에 팀의 이미지를 바꿔놓기도 한다. 실력과 무대 장악력을 증명하면 '일반인→팬' 전환도 순식간이다.
여기에 축제 관객 풀이 다층적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특정 팀을 보기 위해 표를 구한 ‘찐팬’도 있지만, 원래 학교 학생이거나 축제를 구경 온 ‘라이트층’이 절반을 차지한다. 아이돌의 입장에서 팬덤 외 불특정 다수를 한 번에 설득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축제 무대 직후 SNS에서 “오늘 처음 봤는데 입덕” “라이브 듣고 앨범 구매 예약” 같은 반응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오늘날 대학 축제는 소속사·아이돌·학교·학생·팬 모두에게 콘서트·콘텐츠·커뮤니티가 교차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진화했다. 바이럴을 타는 현장감, 실력을 증명하는 생방 라이브, 학교만의 정체성을 입은 커스텀 의상, 장르 실험을 위한 테스트까지. 아이돌에게 축제는 단순히 출연료를 받는 ‘행사’가 아니라 K-팝 브랜드 가치를 증폭시키는 공식적 관문이 되었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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