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시아, 영화 '마녀2' 이후 공백기 3년
'리본 프로젝트'로 다시 세운 삶
'언슬전' 표남경을 만나다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저는 매일 새로 태어났어요."
영화 '마녀2' 이후 3년의 공백기를 거쳐 돌아온 배우 신시아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리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치열한 시간이 쌓여 그녀를 '표남경'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신시아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2년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마녀2'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그는 이후 차기작이 밀리며 긴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했다. 뒤이어 잡았던 '언슬전' 촬영도 방송 편성이 밀리며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됐고,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어느덧 3년이 됐다.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을 만났거든요. '이제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또 기다려야 했죠. 이번엔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기다림이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기다리면 언젠가 반드시 보상이 온다는 믿음이었어요. '언슬전'도 그 기다림 끝의 기쁨이었죠."
신시아는 스스로를 리셋하기 위한 '리본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그러자 길고 막막했던 공백기는 오히려 선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 동안 많이 배웠어요. 학교도 졸업했고요.(웃음)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됐죠. 그 관심이 계속됐다면 몰랐을 거예요. 그 덕분에 제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고민할 수 있었어요."
신시아의 전환점은 '너는 오늘도 내일도 다시 태어날 수 있어'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됐다. 그는 매일 새로운 나로 살아가기 위한 리스트 50~100개를 적고 실천에 옮기며 '다시 태어나기'를 일상화했다.
"처음 신원호 감독님을 만났을 땐 '너 더 밝아질 수 있는 거지?'라고 물으셨어요. 두 번째 만남에선 '너 누구니? 그때 그 친구 맞아?'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제가 '사실은 다시 태어난 상태예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신시아는 '리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익명 독서클럽 회장을 맡고 동네 주민센터에서 제빵 수업을 듣는 등 예상치 못했던 일상에 자신을 밀어 넣었다. 그는 "그런 낯선 과정들이 있었기에 '언슬전'을 만날 수 있엇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언슬전'에서 신시아가 맡은 '표남경'은 누구보다 많이 울고, 부서지고, 끝내 이별까지 겪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병원을 미리 탐방하고 실제 산부인과 전공의를 만나 인터뷰하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내과 전문의였던 할아버지와 전공의 친구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남경이 착용한 목걸이와 가방은 신시아가 직접 제안한 아이템이다. 그는 "꾸미는 걸 좋아하지만, 망가질 땐 더 철저히 망가지고 싶었다"며 다크서클 분장, 떡진 머리 등도 자청했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남경이가 안 예쁘게 울어서 좋았다'는 댓글이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예쁘게 나와야지' 같은 생각은 1도 없었어요. 그냥 감정에 충실했죠. 제가 실제로 울면 그렇게 울거든요. 안 예쁜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다는 게 배우로서 되게 감동이었어요."
초능력 소녀('마녀2'), 레전드 킬러('파과'), 산부인과 전공의('언슬전')까지. 데뷔작부터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를 펼쳐온 그는 "내가 잘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넓고 깊은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 '여기 나온 걔였어?'라는 말이다. 신시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인정받는 것 같아서 배우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카르멘'을 본 뒤 배우의 꿈을 품은 신시아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확신하는 바를 이렇게 정리한다.
"저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해요. 그 사랑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어요. 그래야 시청자분들도 '저 배우는 자기 일을 진짜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잖아요. 10년, 20년이 지나도 초심은 절대 잃지 않을 거예요."
신시아는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음을 알지만 또 한 번 다시 태어날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진심이 담긴 연기를 통해 누군가의 감정을 흔들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가고 있다.
김하영 기자 hakim01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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