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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이름만 들어도 위대함이 느껴지는 포스. 그저 그런 팀 맨유를 잉글랜드를 넘어 세계 최강의 팀으로 바꾼 명장.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뽐낸 그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추앙받고 있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어린 선수를 영입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런 퍼거슨 감독의 영입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이런 당돌한 일을 해낸 이가 존재한다. 그것도 18세의 소년이, 천하의 퍼거슨 경의 영입 제안을 당당하게 거부했다. 누구일까.
때는 1994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유스 소속이었던 골키퍼 셰이 기븐. 그는 맨유의 제안을 받았다. 정확히 퍼거슨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기븐은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거절했다. 가장 큰 이유, 아일랜드 출신이었던 그는 셀틱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꿈은 셀틱 1군으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18세 소년은 미래를 생각했다. 자신이 맨유에 가서 경기에 뛰는 상상을. 그런데 아무리 상상해도 경기에 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맨유에는 피터 슈마이켈이라는 전설적인 골키퍼가 있었다. 게다가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상황.
반면 셀틱에도 전설적인 골키퍼 패키 보너가 있었지만, 그는 당시 34세였다. 전성기에서 내려올 수 있는 나이.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셀틱의 주전 골키퍼가 될 거라고 상상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당당하게 맨유의 제안을, 퍼거슨 감독의 제안을 거부했다. 기븐은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맨유와 시범경기를 했다. 경기 후 맨유가 나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나는 셀틱 1군으로 가기 위해 맨유의 제안을 거부했다. 나는 셀틱의 광팬이었다. 또 당시 맨유는 슈마이켈이 전성기였고, 셀틱에는 34세 보너가 있었다. 아버지 역시 셀틱 1군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고 했다."
기븐의 거절은 천하의 퍼거슨 감독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훗날 퍼거슨 감독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고,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셀틱에 가기 위해 나를 거절하다니,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기븐이 기억하는 퍼거슨 감독의 이미지는 이렇다. 어린 나이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이미지는 한결같다.
"퍼거슨 경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 거대한 코끼리와 같은 모습을."
기븐은 당차게 퍼거슨 감독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정작 자신이 열렬한 팬이었던 셀틱 1군으로 가지는 못했다. 그는 대신 1994년 블랙번에 입단했고, 이후 뉴캐슬, 맨체스터 시티, 아스톤 빌라 등에서 활약했다. 퍼거슨 감독과 인연의 끈도 끝내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셰이 기븐, 알렉스 퍼거슨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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