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루시, 여섯 번째 미니앨범 '와장창' 발매
더블 타이틀곡 '잠깨'·'하마'…6개 트랙 수록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밴드 루시가 음악적 실험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며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기존의 루시를 '와장창' 깨뜨리며.
밴드 루시(LUCY, 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섯 번째 미니앨범 '와장창'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와장창'은 개화부터 낙화까지, 꽃잎의 여정처럼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해 온 루시가 봄을 맞이해 새로운 챕터를 여는 앨범이다. 루시는 무언가 깨고, 부수고, 재정립하며 새롭게 피어나는 소리를 '와장창'으로 표현했다.
이날 조원상은 "'와장창'은 루시의 한 챕터가 끝났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겠다는 의미다. 이전까지의 루시를 한 번 깨부수겠다는 의미로 앨범명을 지었다"며 "좋은 것들은 남겨두면서, 이제까지 해오던 음악에서 대중성을 조금 더 강화시키려 했다.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겠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180도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는 이번 '와장창'으로 루시가 140도 정도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시도를 해봤어요. 하지만 루시만의 색깔은 남겨뒀어요."(조원상)
루시의 이름으로 발매된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한 조원상은 '와장창' 곡 작업 역시 진두지휘하며 루시만의 유니크한 색깔과 메시지를 각 곡에 담아냈다.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했던 것은 '대중성'이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발 나아가서 조금 더 대중성을 가미시켜 보는 시도를 했다.
"만드는 입장에서 이전까지 곡들은 멜로디도 어렵고 가사도 딥했어요. 루시의 첫 번째 챕터는 대중에게 바이올린 사운드를 친숙하게 전하려는 시도였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능력치를 얻으려면 아예 한쪽으로 '확' 가버린 다음 다시 중간 지점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와장창'은 그런 시도를 한 앨범입니다. 언젠가 다시 또 '개화'와 '와장창'의 중간 지점을 찾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조원상)
'와장창'은 루시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다섯 번째 미니앨범 '프롬.(FROM.)' 이후 9개월 만의 컴백이자, 2025년 첫 신보다. 무엇보다 신광일의 입대로 세 명의 루시가 선보이는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신예찬은 "광일이가 군대에 가면서 세 명이서 활동하는 건 처음이다. 그 사이 원상이가 곡을 만들어둔 것도 많다. 우리가 팬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열심히 준비해서 '와장창'으로 돌아오게 됐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기분 좋고 행복한 컴백"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상엽 역시 "앞으로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컴백 이후로도 뭔가 계속 설레는 마음으로, 컴백 자체의 기간이 긴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기다리는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힘을 얻는 시간"이라고 짚었다.
'와장창'에는 더블 타이틀곡 '잠깨'와 '하마'가 수록됐다. '잠깨'는 루시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캐치한 매력의 곡으로, 잠을 깨우는 듯한 통통 튀는 드럼 비트가 특징이다. 반면 '하마'는 중독적인 베이스 루프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재치 넘치는 FX 사운드가 곡 중간중간 유쾌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와 관련 조원상은 "어렸을 때 꿈 중에 소설가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썼던 곡들 모두 경험담은 하나도 없다. 경험담이라고 하면 '파울'이나 '엔딩(Ending)' 정도다. 그리고 팬들을 생각하면서 썼던 '나는 너야'가 있다. 그 이외에는 전부 다 픽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워드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만드는 편이다. '잠깨', '하마'도 그랬다. 처음 멜로디를 가이드 녹음 할 때 나왔던 것 중에 발음이 마음에 드는 것을 찾고, 어울리는 재밌는 단어를 찾는다"며 "그거에 이어서 스토리를 만든다. 예를 들어 검은 조약돌이 있다면 이 검은 조약돌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스타일의 작곡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떠나간 연인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록킹한 사운드와 몰아치는 보컬로 담아낸 '내가 더', 수줍음이 많은 화자를 사람 탈 쓴 로봇에 비유한 신선한 가사가 돋보이는 '뚝딱', 미움으로 인한 상처를 서로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듯한 '미워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이유', 우울함을 깨버리고 자유롭게 피어났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 '블루(bleu)'까지 총 6개의 트랙이 담겼다.
이 가운데 '블루(bleu)'는 최상엽이 단독 작사, 작곡, 편곡한 곡이다. 최상엽은 "꿈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원하는 목표로서의 꿈, 두 번째는 잘 때 꾸는 꿈이다. 세 번째는, 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이 수면욕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라며 "꿈에 의존하는 것들을 '와장창' 깨고 정말 깊고 건강한 잠을 자고, 목표를 향해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보자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원상은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블루' 가사를 다 읽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반하게 됐다. 내가 만든 '잠깨'가 첫 번째 트랙인데 이 앨범의 마지막 수미상관을 장식하는 곡이기도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밴드 루시의 특징이라면 단연 바이올린이다. 이번 '와장창'에도 당연히 수록된 곡 모두 루시의 시그니처인 바이올린 연주가 들어갔다. 예를 들어 더블 타이틀곡 '하마'에서는 신예찬의 바이올린 솔로를 만날 수 있다. '뚝딱'을 소개하면서는 '당신이 기타라고 생각하는 소리가 바로 바이올린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조원상은 "바이올린 활용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앨범을 많이 냈고 100곡 넘게 작업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발견했다"며 "우리 밴드는 리드기타를 바이올린이 대체한다. 어떤 주법으로 연주하느냐만 결정하고 장르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그걸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바이올린을 맡은 신예찬은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행복하다. 초반에는 원상이가 어려운 걸 많이 시켰고, 관객들이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시니까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며 "이제는 더 어려운 걸 해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이제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또 옛날부터 어려운 걸 많이 연습하다 보니 많이 적응했다. 항상 재밌게 연습하고 연주하고 있다"고 겸손히 말했다.
"저는 애초에 녹아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처음 바이올린으로 버스킹을 할 때도 제가 돋보이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밴드에 들어오다 보니 악기 특성상 돋보이기 어렵더라고요. 마이킹(miking)하는 것도 어렵고 소리가 너무 얇다 보니 다른 악기에 비해 소리도 작고요. 그래서 최대한 '나를 좀 봐달라'하는 느낌으로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신예찬)
2020년 5월 8일 데뷔한 루시는 어느덧 5년 차 밴드가 됐다. 그 사이 일곱 장의 싱글앨범과 여섯 장의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첫 정규앨범 '차일드후드(Childhood)'도 선보였다. 지금은 신광일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1996년생 조원상도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밴드 루시의 방향성은 더욱 뚜렷하다.
신예찬은 "초반에는 세 명이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맡은 분야에서 각자의 자리가 정해졌다. 원상이가 거의 모든 곡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하자는 대로 푸시를 해주고 믿어주는 방식으로 많이 가고 있다. 상엽이가 곡을 만들 때면 이 친구가 생각하는 것에 맞춰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조원상은 "예전에는 부담감도 느꼈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멤버들의 믿음이 더 이상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고 감사하다. 형들이랑 광일이에게 어떤 곡을 하게 될지, 예찬이 형을 어떻게 띄워줄까 생각한다. 나에게 작곡은 게임이나 취미 같다"고 미소 지었다.
때마침 유행처럼 '락 붐은 온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조원상은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건 더 힙하고 칠(Chill)한 사운드, 여유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락은 너무 강렬한 사운드"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언젠가 '칠'함에 질려서 자극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는 락 붐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더 먼 미래를 꿈꿨다.
"락 붐에 루시가 기여요? 저희가 기여를 한 건 아니고, 혜택을 봤죠. 그렇게 '밈'처럼 돌면서 저희 공연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보통 밴드라고 하면 진입장벽이 높았는데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커버도 해주시잖아요. 루시는 그 흐름의 덕을 톡톡히 본 밴드라고 생각해요." (조원상)
루시를 이야기할 때면 '청춘'이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청춘밴드'라 불리며 '청춘'의 대명사 같은 존재가 됐다. 그런 루시가 정의하는 '청춘'이란 무엇일까. 이들 어떤 청춘을 떠올리며 청춘을 노래하고 있을까.
조원상은 "나는 청춘이 어리숙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가 청춘 아닐까. 합리적이지 않고 낭만을 찾는 행동은 동심에서 나온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동심이 아니었나 깨닫게 되는 시점이 있었다. 그래서 루시의 첫 정규앨범이 '차일드후드'였다. 루시가 말하고자 하는 청춘은 동심"이라고 말했다.
최상엽은 "우리 음악을 즐기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10대부터 40대, 50대까지 다양하게 즐기신다. 그건 연령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청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위로의 메시지에 공감해 주시며, 나이에 상관없이 품고 있는 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청춘은, 그냥 어렸을 때 꿈꿔왔던 그 꿈을 마음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의 제가 그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 청춘을 노래하고 있는 거죠." (신예찬)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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