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X' 권상우 "원형탈모·발기부전도 OK"→임세미 "청약? 로또 안돼도 꾸준히"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권상우와 임세미가 현실감과 공감 넘치는 코미디로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권상우와 임세미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극본 곽경윤 연출 김정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위기의 X'는 희망퇴직, 주식 떡락, 집값 폭등까지 인생 최대 하락장을 맞은 위기의 a저씨가 반등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하는 현실 격공 코미디. 인생 하락장에 빠진 a저씨의 영끌 생존기부터 스타트업 도전기까지, 현실적인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권상우는 엘리트 인생이라 자부하며 잘난 맛에 살다 다이내믹한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a저씨 역을 맡았다. a저씨는 권고사직부터 주식 떡락 그리고 탈모까지, 하루아침에 바닥을 친 인생에 절규하면서도 인생 반등을 위해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운다.

그런 a저씨의 곁에 함께하는 영혼의 동반자 미진 역은 임세미가 분했다. 미진은 한없이 다정다감하다가도 남편의 뻘짓에 욱하고 혼쭐을 내지만 한껏 풀이 죽은 남편을 위해 거침없는 질주하는 달콤살벌한 아내다.

이날 권상우는 "OTT 드라마를 처음 했는데 공중파랑은 피드백이 오는 게 달라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두 달 바짝, 전 회차 촬영을 한 드라마였다. 감독님과 호흡도 좋고 배우들이랑도 너무 즐겁게 촬영해서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고 느낌이 되게 좋았던 드라마"고 소감을 전했다.

임세미 또한 "나도 OTT가 처음이라서 어디서 반응을 볼 수 있는지 몰랐다. 시청률이나 반응이 너무 궁금했는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인증숏을 보내고 한 시간이 흐르면 '뭐야 내 이야기야. 울었어'라고 하시더라. 공감되고 힐링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말했다.

1976년 생, 46세 권상우와 1987년생 35살의 임세미. 11살 차이의 두 사람이지만 '위기의 X'를 통해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권상우는 "첫인상이 굉장히 예뻤다.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였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선한 느낌이 있었다. 또 현장에서 되게 재밌어했다. 내가 즐긴 만큼 세미도 즐겨서 와이프 역할을 사람들이 잘 보지 않았나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임세미는 "온 국민이 아는 너무나 대선배님이셔서 나이 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떡하지 내가 선배님과 같이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워낙 베테랑이고 선배님이셔서 잘 따라가야겠다 생각했다"며 "감독님, 선배님, 성동일 선배님 세 분의 호흡이 가족 같이 어우러져 잇었다. 또 결혼 생활이나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까자로 연기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너무 잘 이끌어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위기의 X'에서 권상우는 원형 탈모부터 발기 부전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거침없이 망가진 권상우는 "이 작품에서 보여줘야 하는 포인트가 분명하고 그 매력이 있는 건데 내가 표현 안 하면 안 된다. 원형 탈모, 발기부전 너무 재밌게 촬영했다.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작품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감히 무너져도 재밌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댓글을 보면 권상우라는 사람이 이렇게 하니까 더 애정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같은 40대로서 권상우는 a저씨에게 공감을 표했다. a저씨보다 주식에 더 큰 아픔이 있다고. 그는 "항상 존버. 희망을 안고 살아가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건 고통과 불안함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이나 현실에 대해 고민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겪는 고통을 고통스럽게 지나가야만 하느냐. 우리 드라마를 보고 '이런 고통이 있지만 재밌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실감 넘치는 a저씨와 달리 미진은 '판타지 속 아내'라는 말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권고사직도, 주식과 코인 실패에도 남편을 사랑으로 감싸 안았기 때문. 임세미는 "좀 더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정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는 약하다 싶었지만 이런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면 살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 대본을 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하고 신혼이거나 육아하는 친구 부부 집에 가서 어떤 대화를 하는지 지켜봤다. 미진이 같은 아내는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와이프도 그렇다'는 현장 감독님도 계셨다. 판타지지만 '나라면', '이성적으로는' 이러고 싶겠구나 생각했다. 후회하고 '이렇게 해줄 걸'하는 판타지가 미진에게 보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는 해석을 내놨다.

'위기의 X'는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부문 3주 연속 시청순위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공개 3주 차에도 웨이브 전체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2위를 수성했다. 권상우표 코미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 그는 "'위기의 X'를 촬영하는데 꼬마가 '어, 히트맨이다'고 하더라. 그 말이 되게 즐겁고 반가웠다.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든 친구들까지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해서 조금은 건강하고 상큼한 중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내 바람이기도 하다. 코미디를 하더라도 불우한 상황보다 재밌는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코미디를 할 때 제일 행복하고 즐겁게 한 것 같아요. 지문에 없는 것들을 표현해서 현장에 있는 감독과 스태프가 웃었을 때 만족감이 크고 연기를 쏟아부은 느낌이 있어요. 처음으로 히트 쳤던 작품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인데 그게 코미디잖아요.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어떤 배우보다 코미디에 센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명 나게 놀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을 또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한 가지 부분만 보여드리기보다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반면 임세미는 '위기의 X'가 첫 코미디 작품. 미혼 입장에서 기혼을 연기하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코미디 연기 역시 임세미에게 도전이었다. 그리고 임세미는 권상우와 함께 연기하며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코미디가 가장 연기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코미디를 할 줄 알아야 다른 감정을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코미디가 오버나 과장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감정이나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래서 좋은 작품과 역할을 잘 하시는구나 존경스러웠어요. 코미디의 틀이 깨진 느낌이었어요."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지만 회사에서 잘리고, 원형탈모에 발기부전까지 겪는 a저씨의 이야기가 화려한 전성기라고 볼 수는 없다. 권상우 역시 저물어가는 a저씨와 같은 40대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20대 때부터 그 생각을 했다. 나는 데뷔해서 빨리 잘 되긴 했지만 조금 성숙한 나이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금방 전성기가 지나갈 거란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며 "결혼도 33살 때 생각보다 일찍 하고 애 아빠가 빨리 됐다. 결혼과 동시에 배우의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작품을 하고 여기까지 왔다. 결혼과 함께 내 포지션을 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서 안정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나이 때까지 저를 찾아주시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요즘 작품 할 때마다 항상 현장에 있을 때가 너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잘 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고 그래서 더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서 역할이 작아질 수도 있고 그럴 때가 올 거다. 그래도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있다면 내려오는 순간도 즐거울 것 같다. 어떤 역할을 맡든 간에 그 신에서 빛나기만 한다면 즐거운 배우일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한 즐거움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임세미 또한 깨알같이 미진과의 공통점을 꼽았다. 로또처럼 당첨되는 일은 없지만 꾸준히 청약을 넣고 있다고. 그는 "친구들이 주식을 공부하는데 내 취향에는 안 맞았다. 한 10년 묵히려 한다. 잘 아시는 분들께 배우는데 '네가 선택하는 거다'고 하시더라. 청약 이야기할 때 공감이 많이 됐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렇지만 권상우와 a저씨는 차이점이 있었다. 권상우는 스스로를 빠릿빠릿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음식도 빨리 만들고 청소도 빨리 하는 스타일. 아내 손태영이 시키는 일 역시 바로 처리한다고. 권상우에게 부부 사이 남녀의 일이나 경계는 나눠지지 않았다. 이런 점은 권상우가 a저씨를 연기하면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권상우는 a저씨와 미진을 부부기 때문에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의 아빠기 때문에 어떤 에피소드를 좀 더 리얼하게 가고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사실 작품을 하면 와이프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진 않거든요. 100% 칭찬을 안 해요.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는데. 주인공이 내레이션이 많잖아요. 한강에 있는 대교를 건너면서 '지금 이 순간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말해요. 살면서 한 번씩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지칠 때 내 편에게 의지하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런 게 부부관계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예요."

극 중 a저씨는 감속과 과속으로 비유하며 인생을 논한다. 권상우의 감속과 가속에 대해 묻자 그는 결혼 후 광고가 사라졌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상우야, 네가 되고 싶었던 게 뭐지?' 하고 물었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아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다. 광고 모델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결혼하고 4~5년이 지나니까 거기서 해방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수명은 정해져 있고 내가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순간도 정해져 있다. 내가 나이가 먹어서 죽을 수도 있고. 그런 순간이 돼도 자식들이 날 보고 싶을 때 한 작품씩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작품, 한 작품이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고 임한다. 되게 소중한 직업이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는 계속 가속을 하는 타이밍이기도 해요. 하지만 또 제가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에서 악역으로 나왔어요. 또 강하늘, 하지원 씨 나오는 드라마에 조금 나와요. 옛날에는 내가 주인공이 아닌데 왜 하냐 그랬을 거예요. 이 작품에 도움이 되고 내가 재밌게 연기할 수 있다면 과감히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기준에서 가속과 감속을 적절하게 해 가면서 많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러나 놀랍게도 권상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그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했다. 그는 내년 두 번째 작품으로 자신의 제작사 작품을 선택했다. 작품의 소재를 개발부터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감히 감독을 하지는 못하겠다면서도 그는 "배우가 제작을 하면 연출을 하는 건 숙명"이라며 "우리나라 시장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잘하는 게 제일 잘하는 거다.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위기의 X'의 다음은 어떨까. 권상우는 "댓글을 보니까 '뭐야, 장난해 지금?' 이런 분노가 있더라. 되게 미안하면서도 기대를 하시는구나 싶었다. 사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우리 마음은 하나기 때문에 시즌2를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현실이 많아서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로 시즌2를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지하로 이사를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침수될 수도 있고. 배우들이 스케줄이 바쁘니 좋은 작품 하다가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지다"며 웃었다.

[사진 = 웨이브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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