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헤드샷에도 웃으며 넘기는 대인배, 오히려 장난치며 좋은 분위기를 바꾸는 외국인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손에서 빠진 변화구였지만 분명히 머리에 맞았다. 그런데 타자가 웃어넘겼다. 오히려 깜짝 놀란 투수와 포수를 진정시킨 뒤 1루를 밟고 출루했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올 시즌 벌써 이런 모습이 두 번째다. 지난달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김유성의 머리로 향하는 위협구와 사구에도 웃어 넘겼던 타자였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 루벤 카디네스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다.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LG 임찬규가 키움 카디네스에게 던진 초구가 헬멧을 강타했다. 109km 낙차 큰 커브가 들어오자 카디네스가 고개를 숙이며 피했는데 하필 공이 떨어지는 곳으로 피하며 머리를 맞은 것이다. '쿵' 하는 소리가 났고 임찬규는 선 채로 굳었다. 그런데 정작 공에 맞은 카디네스는 씨익 하고 웃으며 1루로 걸어갔다. 너무 놀란 임찬규는 마운드를 내려와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사과했고, 카디네스는 어깨를 툭 치며 시크하게 달려 나갔다.
타자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머리에 공을 맞았기에 LG 선수들은 걱정이 컸다. 1루수 김현수도 더그아웃에 있던 오스틴도 그의 상태를 체크하며 사과했다. 그런데 헤드샷을 맞은 타자가 괜찮다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출루를 기뻐하자 양 팀 선수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분명히 타자가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카디네스는 웃음으로 그라운드 분위기를 바꿨다.
사실 야구팬들에게 카디네스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카디네스는 지난 시즌 도중 삼성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단 7경기만 뛰고 퇴출당됐다. 이는 2018년 두산의 스캇 반 슬라이크(12경기)를 넘어 대체 외국인 타자 '최소 경기 방출' 기록이었다. 당시 카디네스는 지속적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삼성은 정밀 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나가는 과정이 좋지 못했다. 부상으로 교체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태업과 인성 논란까지 나오며 한국을 떠난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키움에서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런 선수가 인성 논란을 겪었을까 싶을 정도다. 홍원기 감독도 "태업 논란은 오해가 있었다고 본다"라며 "키움 선수단 합류 직후 성실한 훈련 태도, 동료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빠르게 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헤드샷을 맞고 자칫 험학한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웃으며 넘긴 키움 카디네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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