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초대 유격수 수비상 수상한 오지환...그리고 그를 만든 은사들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과거 어려운 타구는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데 손쉬운 타구에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하던 '오지배'가 올해 처음 제정된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 공동 수상자로 뽑혔다. LG 오지환은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시상식'에서 KIA 박찬호와 함께 유격수 부문 수비상을 공동 수상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오지환은 "이 상이 언제 만들어지느냐 기다리고 있었다. 별명이 오지배라,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많이 노력했는데 가치 있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류지현, 염경엽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그렇다. 오늘날 유격수 오지환을 만든 사람은 류지현 전 감독과 염경엽 감독이다.
오지환과 염경엽 감독의 인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경엽 감독은 2008년 LG 스카우트팀 차장으로 근무할 때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지환을 1차 지명하며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겨울 수비 코치를 하면서 오지환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당시 염경엽 코치는 오지환의 가능성 하나만 믿고 지도했고, 2010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뛸 수 있게 도왔다.
하지만 오지환과 실책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2010년 27실책으로 리그 최다실책을 기록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리그 최다 실책을 기록했다.
이런 오지환을 바꿔 놓은 사람이 류지현 전 감독이다. 류지현은 2012년 LG 수비 코치로 보직을 옮긴 후 오지환의 수비를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당시 오지환은 강한 어깨 탓에 스텝을 잘 쓰지 않고 쉽게 수비를 하려는 유격수였다. 조급함에 공을 흘리고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 류지현 코치는 혹독하게 지도했다.
이때 혹독한 훈련 덕분에 지금의 오지환은 스텝을 많이 쓰는 유격수가 됐다. 오지환은 수비할 때 발을 많이 움직이면서 포구하기 때문에 송구할 때 한 발을 더 쓴다. 그렇기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 같은 타구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오지환은 류지현, 염경엽 두 지도자를 만나면서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했고 올해 처음 제정된 KBO 유격수 수비상을 받았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오지환의 시상자로 류지현 전 LG 감독이 나섰다. 류지현 전 감독과 오지환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웃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넘쳐났다.
오지환은 지난해 데뷔 14년 만에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때도 자신을 키워준 류지현 전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당시 감독에서 물러나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류지현 전 감독도 오지환의 집으로 꽃다발을 보내며 제자를 챙겼다.
자신을 키워준 두 스승의 축하를 받으며 수상한 수비상은 오지환에게는 그 어떤 상보다 의미 있는 상일 것이다.
[KBO 유격수 수비상을 받은 LG 오지환 / 소공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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