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구 4이닝 11실점, '벌투인가 희생인가'...불펜에서는 이미 투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유진형의 현장 1mm]
삼성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긴 했지만, 아직 5이닝이나 남은 상태였고 경기를 포기하기는 이른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진만 감독은 두 자릿수 실점을 한 투수를 다시 마운드에 올려 보냈다.
양창섭은 2회 말, 3회 말 이미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뭘 해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꾸역꾸역 던지고 있었다. 삼성 벤치는 2회 말 수비를 마치고 양창섭으로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펜에서는 이미 김대우가 몸을 풀고 있었다. 3회 말 SSG가 9명의 타자로 공격 시간을 길게 가져간 만큼 4회 말 김대우가 충분히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양창섭이었다.
그런데 왜 삼성은 4회 말 김대우가 아닌 이미 자신감을 잃은 양창섭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을까. 벌투였을까. 원활한 마운드 운영을 위한 희생이었을까.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은 시즌 개막과 함께 5선발 자리가 고민이었다. 양창섭, 장필준, 이재희, 허윤동, 최하늘 등이 번갈아 가며 기회를 얻었고 그중 양창섭은 네 번이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KT전 (5이닝 3실점)을 제외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홈런을 허용하며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에 박진만 감독은 실망이 컸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중 더그아웃 뒤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모자를 벗고 답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던지게 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은 한화와의 원정 경기가 중요하다. 불펜 투수를 최대한 아끼며 한화전을 준비한 것으로 불 수도 있다. 삼성은 28일과 31일 경기에서 우규민, 이승현, 김태훈,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필승조를 가동했고, 30일 경기에서는 홍정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악몽 같은 투구를 펼쳤던 삼성 양창섭.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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