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정성일, 눈물 고백 "초등학생 때 할머니 대소변 받고, 흙탕물로 배 채워" [유퀴즈](MD리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배우 정성일(42)이 힘들었던 과거부터 아내와의 결혼 뒷이야기까지 모두 밝혔다.

1일 저녁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79회에는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주역 정성일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그는 극 중 문동은(송혜교)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남편 하도영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정성일은 지난 2000년 연극 '청춘 예찬'으로 데뷔, 22년 차 베테랑 배우. 그는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를 묻자 "꿈이 없었다. 먹고사는 거에 급급해 있어서. 제가 어머니를 늦게 만났다. 어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먼 곳에서 긴 시간 동안 요양 가 계셨다. 아버지는 자유 영혼이라 집에 안 계시고. 고3 올라갈 때쯤 어머니 몸이 좋아지셔서 저희를 보듬어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라는 사연을 전했다.

이어 "그때 어머니가 대학 가야 하지 않겠냐고 그러시더라. 저는 공부한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어서 누나가 실기 위주 찾아봐줬다. 방송연예과라는 게 있다고 그래서, 연기 학원을 다니고 그렇게 대학에 갔다. 연기를 진짜 좋아하게 된 건 대학 때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부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방황기도 있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다 보니 너무 어린 나이에 누나가 저한테는 부모님이셨다. 친할머니가 계셨는데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거동이 불편하게 되셨다. 누나도 저도 초등학생인데 할머니의 대소변을 저희가 받아야 됐고, 좁은 집이었다. 할머니랑 셋이 살다가 제가 6학년 때 돌아가셨다. 고3 때 엄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누나가 저를 키웠다. 불과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정성일은 "배고파서 비가 오면 놀이터에 고인 모래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었다. 고인 물을 마시려고. 어디 가서 얻어먹어도 되는데, 한두 번이어야지. 그래서 그 물로 배를 채웠다. 누나가 '미친 X 아니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리지' 했었다. 누나가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맛있는 걸 많이 만들어줬다. 누나는 저랑 두 살 터울로, 누나도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픈 거다. 저도 어렸지만 누나도 아기였다. 근데 늘 제 앞에선 한 번도 운 적이 없다. 가족들만 챙기다 자기 인생이 많이 소비됐다. 저희 누나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다. 누나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당연히 없었을 거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무명시절을 겪은 정성일. 그는 "늘 작품이 있었던 게 아니어서 항상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우유 배달, 신문 배달, 빌딩 화장실·계단 청소, 발레파킹, 대리운전 카페 등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라고 얘기했다.

정성일은 "연기를 그만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냐"라는 질문에 "많았다. 그런 적도 있다. 겨울에 너무 추우니까, 누나한테 또 손을 벌렸다. 동대문에 가서 점퍼 하나만 사달라고. 저는 너무 신나 있었다. 결국 제가 원하는 점퍼를 사서 집에 가는데, 누나가 저한테 그러더라. '너 언제까지 연기할 거냐. 나는 솔직히 네가 연기 잘하는지 모르겠다. 붙들고만 있는 거 같고 나는 네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동대문에서 네 또래 사람들은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보였는데 너는 정작 그 속에서 옷만 고르고, 네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라고 하더라. 그때 깨달았다. 내가 지금 누나한테도 인정을 못 받는데,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거기서 또 든 생각은 '우리 누나한테 인정받고 싶다'였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진짜 절실하게 했다. 10년 전에 정말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보여줬는데, 누나가 처음으로 '이제 조금 연기하네. 계속해라' 그랬다. 그때부터 자신감 생겼다. '아, 내가 계속 연기해도 되겠구나'. 매 순간 캐스팅될 때마다 안 믿긴다. 비중도 좀 생기고 설렜다. 뭐든 오면 '또 목숨 걸어야겠다' 늘 그랬던 거 같다"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화제를 모았던 '8주간 셀프 PT' 몸매 변천사를 언급하기도. 정성일은 "진짜 때는 정말 열심히 했다. 일이 없던 시기였는데 독립영화가 처음으로 저한테 들어왔다. 몸 좋은 킬러 역할이었다. 너무 절실하니까 어떻게든 하겠다 했는데 사실 PT 받을 돈이 없을 때라 운동 방법을 모르니까 '8주간의 기적'이라는 책을 사게 됐다. 저는 뭐든 공부해서 하는 스타일이다. 3개월에 10만 원, 집 앞 헬스장을 등록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너무 절실했다. 근데 문제는 촬영 두 번 하고 그 독립영화가 엎어졌다"라고 웃픈 일화를 공개했다.

이어 "'더 글로리' 때문에 최근에도 다이어트를 하긴 했다. 감독님이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근데 이번엔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 저 때처럼 혼자는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하도영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라는 유재석의 말에 정성일은 "그래서 어려웠다. 하도영은 어릴 때부터 부유하고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인데 저는 가져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감독님께 말하기도 했었다. 저는 현실적으로 제일 밑바닥에 있던 사람이다. 내가 준재벌인 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터놓았다.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도 밝혔다. 정성일은 "결혼 7년 차다. 아내는 군대 제대하고 20대 초반에 친구의 친구로 만났다. 당시 이 친구가 미국 유학을 갔었다. 파이프 오르간 전공자다. PC방에 메일을 확인하러 갔다가 우연치 않게 그 친구가 뜬 걸 보고 '잘 지내냐' 편지를 보냈다. 그러고 한참 관심이 없다가 메일 답장이 와서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서로 힘든 걸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멀리서 그냥 사귀자고 했다. 서울과 미국, 떨어져 있으면서 이메일, 전화로 소통하며 3년간 연애했다"라고 이야기해 놀라움을 안겼다.

"3년 사이버 연애 후 아내분과 만났을 때 어색하지는 않았냐"라는 조세호의 궁금증에 정성일은 "너무 오랜만에 보니까 어색함보다는 설렜다. 사이버 3년, 현실 3년을 계속 만나다가 이 친구랑 헤어졌다. 7~8년 동안 헤어져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이 친구가 미국에 있을 때 저희 어머니랑 둘이서 펜팔을 한 거다. 너무 친하다 보니까 귀국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은 거다. 어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수술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저랑 누나에게 말 안 하고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왔다 갔다 했더라. 그래서 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렇게 재회 후 3개월 만에 결혼했다"라고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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