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느 순간 갑자기 4~5km 빨라질 수 있다.”
KIA 타이거즈 불펜이 평균자책점 6.23으로 충격의 최하위다. 2024시즌 통합우승의 디딤돌이 됐던 불펜이 올 시즌엔 기대에 부응을 하지 못한다. 15경기 평균자책점 2.25의 마무리 정해영, 19경기 평균자책점 3.38의 조상우가 가장 좋은 수준이다. 투고타저 시대에 접어든 걸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지만 압도적인 성적도 아니다. 또 다른 필승조 전상현(4.30)과 최지민(4.50), 이준영(4.50)은 4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딱히 과부하의 증거는 안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작년부터 불펜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단, 작년 통합우승의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시선은 존재한다. 어느 팀이든 우승 불펜은 가장 늦게까지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다른 팀 불펜들보다 훨씬 많은 피로감을 안고 시즌을 마친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와 타자를 막론하고 주축 선수들에게 최대한 늦게 페이스를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피로가 완전히 덜 풀렸는데 강하게 훈련을 이끌면 부상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 시즌 초반 KIA는 부상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작년에도 부상자는 적지 않았고, 올해 불펜의 부상자는 토미 존 수술로 시즌을 일찌감치 접은 곽도규밖에 없다. 현재 필승조 5인방은 모두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했고, 지금도 몸 상태는 문제없다.
그럼에도 필승조가 실점하고 역전을 허용하는 날이 잦다. 이범호 감독은 선발투수들의 이닝을 늘려 불펜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 필승조를 도울 또 다른 투수가 있는 게 가장 좋다. 그런 점에서 부진의 골이 깊은 임기영(32), 부상이 있는 김기훈(25)과 유승철(27)이 존재감을 못 보여주는 게 아쉽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작년과 올해 나란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트레드 어슬레틱 센터에서 폼을 바꿨다는 점이다. 임기영은 3년 15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24시즌 부진에 빠지자 올 겨울 조상우와 함께 트레드 어슬레틱 센터에서 훈련하며 투구 밸런스를 다시 정립했다. 중심이동 과정에서 무릎을 세우고 던지면서, 기존의 잠수함이 벌떡 일어난 느낌을 준다. 그 폼으로 공 스피드가 확연히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제구가 불안정하다. 올해 1군 7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15.19다. 현재 2군에 있다. 그런데 6일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서도 1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렸다. 이범호 감독은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기훈은 윤영철의 초창기 폼처럼 글러브에서 손을 빨리 분리한다. 유승철은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처럼 중심이동 과정에서 다리가 ‘스르륵’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안 풀린다. 김기훈은 올해 1군 등판 기록이 없고, 유승철은 1경기서 평균자책점 4.50.
이범호 감독은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유승철은 재활 중이고, 김기훈은 어깨가 안 좋았다가 최근 다시 퓨처스리그에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기훈은 6경기서 2홀드 평균자책점 9.00. 그러나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했다. 6일 롯데전서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다.
이범호 감독은 “기훈이는 안 좋았다가도 갑자기 확 좋아질 수 있다. 굉장히 안 좋다가 뭔가 하나 딱 맞으면 갑자기 올라올 수 있다. 스피드가 4~5km씩 빨라질 수도 있으니 지켜보고 있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1군에 한번 올려서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폼을 바꾼 선수들은 안 풀리면 결국 본래의 폼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설명이다. 단, 폼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닌만큼, 충분히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고민도 많이 했고, 열심히 던져줬던 투수들이다. 다들 1군에 올라오려고 분발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