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현실화 시… 국내 바이오업계 ‘직격탄’ 우려
삼성바이오·셀트리온·SK바이오팜, 리스크 관리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과 관련해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2주 내 품목별 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의약품 제조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의약품과 관련해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매우 불공정하게 착취당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약 39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94.2%에 해당하는 37억4000만 달러가 바이오의약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5년 의약품 수출이 전년 대비 1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은 국내 의약품 수출국 중 최대 시장이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거듭 시사해온 만큼, 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원료의약품 중심의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미국 내 시장 확장 가능성에 대비한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부터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방침을 검토했고, 2월에는 2025년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원료의약품 수출 집중과 현지 생산시설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캐나다 외 미국 내 생산 가능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해왔다. 미국 내 유통용 완제의약품 재고도 약 6개월분을 확보 중이다.
전체 산업계로 봤을 때, 특정 기업을 제외하고는 생산기지나 유통망을 미국 내에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에 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의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바이오헬스산업 관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기업들이 직면한 관세 리스크와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약공장을 늘리고, 관세 부과로 인해 의약품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실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과 방식이 공개된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제 발표되는 관세 품목과 수준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응 시나리오를 폭넓게 검토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현지화 전략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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