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믿어줬어야 됐는데…"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86구,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으나, 부상 등으로 인해 군 복무를 연기한 김진욱은 올해 첫 등판에서 SSG 랜더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당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았는데, 지난 2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는 5⅓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말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습득하고, 경험치들이 축적되면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낸 상황. 그리고 전날(8일)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김진욱은 1회 박찬호-패트릭 위즈덤-나성범으로 이어지는 KIA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 2회에는 유격수 박승욱의 실책으로 처음 주자를 내보냈으나, 흔들림 없이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김진욱은 3회 김태군-김규성-박찬호로 연결되는 타선을 깔끔하게 잠재웠고, 4회에도 KIA 타선을 철벽 봉쇄했다. 그리고 5회 이우성과 변우혁을 모두 땅볼로 돌려세운 뒤 최원준에게 처음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5이닝 노히트' 피칭을 선보였다. 문제는 6회였다.
김진욱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첫 타자 김규성을 삼진 처리한 뒤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위즈덤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나성범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으나, 최형우에게 내야 안타를 맞으면서 만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롯데가 꺼내든 카드는 박진이었다. 김진욱으로 승부를 볼 수도 있었지만, 벤치는 박진으로 불을 끄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박진은 등판과 동시에 이우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흔들렸고, 변우혁에게 초구 변화구를 공략당하면서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로인해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은 KIA 쪽으로 넘어갔고, 김진욱의 승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음에 따라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그래도 7회말 롯데가 동점을 만들어내면서 김진욱의 패배가 사라졌다는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9일 사직 KIA전에 앞서 김진욱에 대한 질문에 "믿어줬어야 됐는데 아쉽네…"라고 말 문을 열며 "항상 그 투구수에서 조금 고비가 오길래 바꿨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박)진이에게 맡기는 것도 무리였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김진욱은 이제 '선발 후보'를 넘어 롯데가 믿고 내세울 수 있는 선발이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령탑은 "이닝을 조금 더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경기 운영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마운드에서도 안정감이 있다. 가끔 볼넷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운드에서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좋아졌다.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김진욱을 확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사령탑은 "공 자체가 올라왔다기보다는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볼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5이닝을 노히트로 막아낸 뒤 아쉽게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지만, 김진욱은 이제 롯데 선발진 'NO.2'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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