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저자: 김지우┃휴머니스트
[북에디터 박단비] 요즘 아이와 문화센터를 다닌다. 근처에 대형서점이 있어 아이 수업 시작 전, 혹은 끝난 후 남는 시간에 한 번씩 들리는 것이 일주일의 낙이다. 보물찾기하듯 예쁘게 전시되어 빛을 받는 책들 뒤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뒤적이는 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마음에 들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날은 뿌듯하고, 충만한 기분에 휩싸이고는 한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그렇게 발견하게 된 보물 같은 책이다. 책등에 적힌 제목에 꽂혀 책을 펼치고 몇 장을 넘기기까지 10분 남짓한 시간.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장애를 가진 저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고민하고, 발견한 것을 책 안에 담아냈다. 초록 표지 너머는 서로를 돕고자 하는, 서로를 위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들 마음을 읽어낼수록 이상하게 목이 간질간질하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내 품 속 이 작은 아이 말고, 최근 누군가를 위한 적이 있던가.
“‘말하는 힘의 관성’에 대해 생각했다. 한번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말하기를 시도한 사람들은 계속 말하게 된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자연히 안다. 부당한 일을 목격해 왔고, 차별과 혐오를 발견하는 시선이 생겼으며, 아주 조금씩이지만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그저 관성이라고 생각하니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가볍게 더 멀리 미끄러질 수 있도록, 다른 건 제쳐 두고 다음엔 지민과 동숲 통신을 하기로 약속했다.” (본문 중에)
저자는 휠체어를 탄 여성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이들 역시 휠체어를 탄 여성들이다. 휠체어를 탔지만 여느 여성과 다르지 않고, 여느 여성처럼 강인하다. 휠체어를 타고 있을 뿐,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언니가 정말 필요해요. 근데 그게 꼭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가 아니어도 내가 궁금한 게 있을 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정보가 있어도, 아니면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하는 아주 조그마한 정보만 있었어도 저는 더 잘했을 것 같아요. 더 잘 살았을 것 같아요.” (본문 중에)
나와 비슷하고, 또 다른 고민을 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학창 시절 처음 한자 ‘人(사람 인)’을 마주했을 때가 떠올랐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사람 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니.
요즘 사람들은 각자 살아남기에 바쁘다. 내 것이 우선이고, 내 고통이 제일이고, 내 고민 해결이 우선이다. 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런 마음은 당연하다. 그런 행동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그러하니.
하지만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서 질리겠지만, 사람이 진짜 그런 것을 어째. 답답하고 속 터지겠지만 그게 진실인데 우-째.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 살아간다. 혼자 서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생을 혼자 꼿꼿이 중심을 잡고 서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분명 자신이 쓰러지지 않도록, 상대가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를 받치고 받쳐지며 살아야 한다.
그녀들이 서로를 받치고 서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받치고, 또 그녀들을 받치고, 그녀들에게 받쳐지며 살아간다면 좋겠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북에디터 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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