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건 공룡들의 역사다. 떠나도 떠난 게 아니다.
에릭 페디(30)는 정황상 KBO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디 어슬레틱 짐 보든은 페디를 FA 타깃으로 둔 구단이 워싱턴 내셔널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 등 4개 구단이라고 했다.
페디는 올 시즌 중반부터 메이저리그 복귀설이 파다했다. 올 시즌 괴물 같은 성적, 트로피만 5개를 수집한 현주소를 감안할 때, 내년에 KBO리그에서 목표의식이 있을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하기엔, 외국인선수에겐 다소 현실성은 떨어진다.
NC 다이노스가 페디와 이대로 결별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영원히 페디를 기억할 수는 있을 것이다. 페디가 떠나지만, 내년 NC 마운드에는 페디가 남아있을 것이다. 페디를 포스트시즌서 벤치마킹해 대박을 친 우완 신민혁(24)이 있기 때문이다.
신민혁은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5라운드 49순위로 입단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1군 통산 102경기서 20승23패 평균자책점 4.46이다. 별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구속이 압도적으로 빠른 것도 아닌데, 제구가 정교하거나 경기운영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신민혁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문제를 상체가 하체보다 빨리 앞으로 넘어지는, 중심이동이 제대로 안 되는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출국 직전, 여전히 잡아가는 단계라고 했지만, 강인권 감독은 많이 향상됐다며 호평했다.
로진을 디딤발과 일자로 둔 뒤 발이 로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성공했다. 여기에 페디의 투구자세를 벤치마킹한 게 통했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상체를 웅크린 모습이 거의 똑같다. 두 가지 변화가 결합해 포스트시즌서 확 달라졌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서 1경기 5⅔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10.2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1.69. 포스트시즌 3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1.10으로 제대로 사고를 쳤다.
페디는 컨디션 난조로 포스트시즌서 1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덕아웃에서 신민혁의 투구를 빠짐없이 지켜봤다. 그는 지난 27일 KBO리그 시상식에서 신민혁을 두고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영원히 기억될 선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페디는 “신민혁은 그동안 매커닉의 반복성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투구 매커닉이 불안했다는 얘기다. 페디는 “그 부분을 조언해줬는데, 너무 잘 받아들였다. 포스트시즌서 신민혁이 없었다면, NC는 다른 행보를 했을 것이다. 대단하다”라고 했다.
신민혁은 페디 주니어로 거듭났다. 페디가 떠나더라도 NC에 페디는 남는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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