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당황했죠" 양의지의 기습도루, 한화 '집단 멘붕'…'작전' 숨어있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분발해야 할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포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도루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6-3의 역전승의 선봉장에 섰다.

첫 번째 타석의 결과는 분명 아쉬웠다. 1회말 두산의 공격, 양의지 앞에 무사 1, 2루의 득점권 찬스가 마련됐다. 양의지는 한화 선발 문동주의 초구 124km 커브를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홈런처럼 보였던 타구는 너무 많이 휜 탓에 파울이 됐고, 양의지는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타구질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두 번째 타석부터는 좋은 결과들도 뒤따랐다. 양의지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문동주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고,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득점과 연결되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양의지는 네 번째 타석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팀이 1-3으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의 밥상이 마련됐고,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양의지는 한화 김범수의 2구째 149km 낮은 직구를 받아쳤고,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팀에 동점을 안겼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의지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이번에는 한화 배터리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양의지는 타자 양석환이 볼카운트 0B-2S로 불리한 상황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때 한화의 바뀐투수 강재민이 1루에 뒤늦게 견제구를 뿌렸으나, 양의지는 넉넉하게 2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1, 3루의 기회를 양의지는 도루를 통해 2, 3루로 만들었고, 양석환이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두산은 6-3으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확정 지었다.

이날 '압권'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양의지의 도루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김)대한이가 3루 주자였고, 수비를 생각해 도루를 했다. 더블스틸이 되지는 않았지만, (양)석환이가 2타점 적시타를 쳐주면서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의지가 뛰었던 장면은 벤치에서 '작전'이 걸렸던 상황이었다. 1루 주자 양의지가 도루를 시도해 협살에 걸린 틈을 타 3루 주자 김대한이 홈으로 들어오는 작전. 하지만 김대한이 스타트를 끊지 않았고, 양의지 또한 견제구에 걸리지 않고 2루 베이스를 밟게 되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탄생했다.

양의지는 "작전이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뛰지 않고 잡고 있을 때, 던지려고 하는 애매한 타이밍에 뛰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견제가 와서 당황했다. 나는 (협살로) 걸려야 하는데, 그냥 들어가버렸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2루 베이스를 밟기 전 멈칫했던 장면이 상대의 송구를 유도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럴 때가 아니면 (도루를) 못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는 최근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흥미로운 내기를 진행 중이다. 바로 시즌이 끝났을 때 누가 더 많은 도루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 최근 삼성과 맞대결 중 전광판을 본 강민호가 양의지가 2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을 보고 먼저 제안을 건넸다. 현재 스코어는 강민호가 4도루로 양의지(3도루)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민호 형이 전광판을 보더니 '도루 두 개네? 나도 두 개인데'라고 하더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누가 더 많이 하는지에 대한 내기를 하자고 하더라"며 "2대2였는데, 벌써 4개를 했더라. 분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수 중에는 누가 가장 빠르고 느릴까. 양의지는 "(박)세혁이가 가장 빠르다. (최)재훈이도 빨랐다. 재훈이도 어렸을 때는 세혁이와 비슷했다"며 "반대로는 나보다 느린 선수는 두 명 봤다. (유)강남이는 나와 해보지 않았는데, (김)태군이가 정말 느리다. 그리고 (허)도환이 형은 나와 라이벌이었다. 그리고 NC의 (김)형준이도 느리다"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이날 도루를 한 개 추가하면서 개인 통산 50도루까지 1개 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의지는 '도루 목표'에 대한 질문에 "큰 욕심은 없다"며 "50도루에 1개가 남은 것 같더라. 내가 50도루를 했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민호와 양의지의 경쟁, 마지막에 누가 웃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 양의지가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 동점타를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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