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2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2구,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이날 네일은 롯데를 상대로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연속 무실점 투구. 네일은 지난해 8월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까지 무실점을 기록 중이이었다. 그리고 이날 롯데를 상대로 기록을 늘려가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은 좋았다. 내일은 1회 고승민과 전준우에게 각각 볼넷을 내주며 1, 2루의 실점 위기를 자초했으나,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등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도 병살타를 곁들이면서 36이닝 무실점을 완성했다.
문제는 3회였다. 네일은 선두타자 전민재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황성빈에게 땅볼을 유도해내며 선행 주자를 지워냈다. 그런데 이어 나온 고승민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1, 3루 위기를 자초했고, 빅터 레이예스에게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때 타자 주자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한 점을 내줬다. 이로 인해 네일의 무실점 투구는 36이닝에서 막을 내렸다. 그래도 이는 KBO리그 역대 6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실점을 했지만, 네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네일은 이어지는 1, 3루 위기를 넘어서더니, 4회 나승엽-정훈-정보근을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그리고 5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더니,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롯데의 중심 타선을 봉쇄했다. 이어 네일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7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롯데 타선을 요리하면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후 KIA 불펜은 8~9회 연달아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곽도규(⅔이닝)-조상우(⅓이닝)-정해영(1이닝)이 무실점으로 2점차의 근소한 리드를 지켜냈고, 네일도 시즌 2승째를 손에 쥐었다. 네일의 투구에 사직구장 3루 관중석을 메운 KIA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구장에 남아 방송 인터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고, 네일은 손하트와 인사로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화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네일은 "경기 초반에는 긴장을 했을 정도로 제구가 잘 안 잡혔다. 하지만 경기가 중반으로 향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사용할 수 있는 구종을 모두 사용해서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잘 던지지 않았던 슬로우 커브를 통해서도 아웃카운트를 잡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네일은 불과 직전 등판 전까지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그는 "지난 삼성전이 끝난 뒤 한 기자분께서 말을 해주기 전까지는 조금도 인지를 하지 못했다"며 "오늘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록을 제외하더라도 점수를 줬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투구들 주에서 잘 들어간 공들이 있다는 점은 좋았다. 기록이 깨진 것은 크게 개의치 않고, 어떻게 보면 끊겼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싱긋 웃었다.
이런 호투의 비결은 무엇일까. 네일은 김태군의 리드를 꼽았다. 그는 "나는 피치컴보다 손가락 사인을 더 좋아한다. 그래야 마운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주자가 있을 때만 피치컴을 사용한다. 경기를 준비할 때 짧게 미팅을 하는데, 김태군에게 항상 '손가락 사인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너무 믿지마'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나는 웬만하면 김태군의 사인을 전적으로 믿는다. 작년에 한 경기 정도 직접 수신기를 달았는데, 나와는 굉장히 맞지 않았다"고 김태군의 리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올 시즌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등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날 첫 연승을 달리는 등 위닝시리즈를 확정 지으면서 조금씩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네일은 "나는 오늘 내 역할을 했을 뿐이다. 나성범이 투런홈런을 치면서 승리에 더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공이 날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승리의 공을 나성범에게 돌리며 "팀에서 나를 데려온 이유,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네일은 "시즌 초반 세 선수가 빠졌지만, 오늘 더그아웃에 있고, 필드에 서 있었던 9명의 야수들도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다. 어쩔 때는 타격이 앞서고, 수비나 투구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불펜이나 선발 투수들이 잘했는데, 타격이 안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걸 조금씩 줄여나가면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