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캡틴을 믿어요'...드디어 터진 적시타에 동료들이 더 기뻐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삼성 오재일은 최근 경기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야구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다.

최근 10경기 타율 0.063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오재일이 오랜만에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터트리며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삼성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차전에서 6-1로 승리했다. 8회초 2-0으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던 상황 1사 만루 찬스에서 오재일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경기에서도 삼진 두 개를 당하며 여전히 헤매고 있던 오재일이었지만 박진만 감독은 교체 없이 믿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재일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형범을 상대로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4-0을 만들었다. 삼성은 이 타점을 발판으로 6득점 빅이닝을 만들어 내며 승리했다.

중요한 2타점 2루타를 친 뒤 2루 베이스를 밟은 오재일은 웃지 않았다. 주장인데 못하고 있으니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이다. 이후 김태군의 중전안타 때 홈을 밟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동료들은 달랐다.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축하했고 큰 소리로 환호했다.

동료들의 응원에 조금씩 미소를 찾은 오재일이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 오재일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다. 매년 시즌 초에는 고전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2할 후반대 타율과 20홈런 90타점을 기록하는 중심타자다.

그런데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슬로우 스타터'라지만 너무 늦다. 보통 5월부터 반등했는데 올 시즌은 5월에 더 부진하다. 시즌 38경기 타율 0.169(130타수 22안타), OPS 0.568, 4홈런, 22타점에 머물러있다. 오재일이 보여줬던 평균을 크게 밑돈다.

올 시즌 삼성의 팀 타율은 0.248로 리그 9위다. 지난 시즌 팀 타율 0.270으로 리그 2위를 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의 공격력이 이렇게 크게 약해진 건 오재일의 부진이 크다. 4번 타자로 있어야 할 선수가 7번 타자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현재 삼성의 공격력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은 오재일의 반등이 시급하다. 박진만 감독은 오재일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지 않고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고 있다. 오재일도 연습을 열심히 하며 4번 타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빨리 오재일이 제 모습을 되찾아야 삼성도 중위권 싸움을 할 수 있다.

[팀 동료들의 응원을 받는 삼성 캡틴 오재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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