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멘탈센세'...타구에 맞아도 웃는 투수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지난 시즌 LG 트윈스 임찬규는 국내 1선발, 팀의 제3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제 몫을 하지 못했다. 23경기 등판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에 그쳤다.

지난 2021시즌에도 1승 8패로 부진했다. 그래서 임찬규는 자유계약선수(FA) 권리 행사를 1년 뒤로 미뤘다. 그리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무엇보다 멘탈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지난 시즌 실패하고 난 뒤 겨울부터 책을 많이 읽으며 마음가짐을 새로 잡았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생각은 과감히 버리고 단순히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

그래서 그는 올시즌 자신의 보직이나 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동료들을 먼저 챙긴다. 23일 경기에서도 그랬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SSG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찬규는 2회 최주환에서 솔로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안정적인 투구로 SSG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6회 위기에 찾아왔다. 2사까지 잘 잡은 상황에서 최지훈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골반을 맞았다. 다행히 큰 부상을 면했지만, 모두가 놀란 상황이었다. LG 더그아웃에서는 트레이너와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뛰어나갔고 캡틴 오지환도 임찬규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당한 충격이 있을 상황이었지만 임찬규는 괜찮다고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했다. 분명히 손으로 골반을 만지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인데 걱정하는 팀과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며 해맑게 웃었다. 상황을 체크하려는 트레이너에게 재차 손짓하며 들어가라고 하자 동료 선수들은 임찬규 특유의 멘탈에 놀라며 미소 지었다.

임찬규의 별명은 '멘탈센세'다. 대선배들에게도 웃은 얼굴로 서슴없이 다가가 당차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오히려 선배를 격려하기까지 한다. 선배들은 동료뿐 아니라 코칭스탭과 단장과도 친하게 지내는 붙임성 좋은 임찬규를 '멘탈센세'라고 부른다.

이제 임찬규는 팀의 리더이자 에이스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가 국내 1선발답게 다양한 구종으로 좋은 피칭을 해줬다"라며 그를 국내 1선발 투수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대체 선발인 임찬규의 연이은 쾌투에 LG 마운드는 더 강력해졌다. 선발 평균자책점 3.22로 1위다.

성숙해진 임찬규는 보직에 상관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하다 보니 어느덧 팀의 핵심 선발투수로 올라섰다. 올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승 무패 평균자책 2.33이다. 특히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4승을 모두 획득하며 평균자책점 1.47로 특급 에이스의 모습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FA 재수생 기적이 가능하다.

[타구에 맞았지만 괜찮다고 웃으며 팀을 먼저 생각한 LG 임찬규.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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