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에게 달려가 와락 안긴 '4번 타자'...도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한화 채은성이 LG 염경엽 감독에게 달려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안겼다. 염경엽 감독은 아빠 미소를 보이며 채은성과 반갑게 인사했다.

두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토록 반갑게 인사한 것일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경엽 감독은 당시 LG 스카우터였고 채은성은 순천효천고 3학년이었다. 당시 채은성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염경엽 감독이 순천으로 직접 내려가 채은성과 부모님을 만나 LG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했고 설득했다.

고교 시절 채은성은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그의 성실함을 높이 샀고 채은성을 LG로 입단시켰다. 이후 채은성은 피나는 노력 끝에 LG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육성선수 신화를 이뤄냈다.

지난가을 염경엽 감독이 LG 감독으로 취임했을 때 "LG 스카우트 시절 영입한 선수들도 있다. (채)은성이를 영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염경엽 감독의 머릿속에는 채은성이 LG 중심타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야구는 모르는 일이다. 샐러리캡이 가득찬 LG는 FA 채은성에게 만족할 만한 금액을 안겨줄 수 없었고, 6년 최대 90억 원을 제시한 한화로 이적했다.

스카우터 시절 대학 진학을 생각했던 선수를 영입한 뒤 이후 감독이 되어 핵심 선수가 된 그와 함께 우승을 꿈꾸는 기막힌 인연이 될 뻔했다. 비록 아쉽게 무산되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면 서로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 LG는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채은성이 빠진 1루 자리를 완벽히 메우며 SSG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한화는 채은성을 영입해 반전을 꿈꿨지만, 채은성을 제외한 다른 타자들의 부진으로 9위로 쳐져 있다.

[LG 염경엽 감독의 품에 안긴 한화 채은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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