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의 선물만 있는 게 아냐…KIA 왼손 잠수함 2호 ‘진지한 어깨춤’[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박동원의 선물만 있는 게 아니다.

KIA 왼손 사이드암 김대유는 FA 박동원(LG)이 남기고 떠난 선물이다. KIA는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김대유를 지명, 올 시즌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대유는 불펜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LG에서도 핵심 멤버로 뛰었다.

경기후반 승부처에 왼손타자 승부를 전담하던 이준영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성장세가 가파른 2년차 최지민에, 2019년 1차 지명자 김기훈 혹은 신인 윤영철 중 한 명도 불펜에 가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한 명의 좌완 신무기가 추가될 수도 있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3년 5라운드 42순위로 입단한 신인 곽도규다. 공교롭게도 김대유처럼 왼손 잠수함이다. 팔 높이는 김대유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사이드암이라기보다, 스리쿼터에 가깝다. 한 마디로 KIA는 희귀한 왼손 잠수함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나 보유했다.

김종국 감독은 시범경기서 곽도규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1군 필승조에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곽도규는 19일 시범경기 광주 두산전서 0.2이닝 무실점했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4회 1사까지 막아내고 내려가자, 허경민 타석에서 투입됐다. 공 6개로 허경민을 1루 땅볼, 김재환을 포수 땅볼로 처리했다. 둘 다 빗맞은 타구였다.

허경민은 우타자다. 물론 김종국 감독은 좌타자 김재환까지 의식한 끝에 곽도규를 투입했을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은 곽도규를 단순히 왼손타자 전담 스페셜리스트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아웃카운트 1~2개만 삭제할 수 있다면 경기 흐름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130km대 후반의 투심에 더 느린 커브를 구사한다. 스피드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래퍼토리도 단순하다. 그러나 1~2타자만 잡을 수 있다면 희소성이란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의 궤적, 디셉션 등 타자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커맨드도 괜찮고 탈삼진 능력도 갖췄다.

그런 곽도규에게 흥미로운 루틴이 있다. 투수판을 밟고 와인드업으로 던질 때, 고개를 숙이고 포수를 응시한 채 양 어깨를 두 차례씩 흔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지한 얼굴에 ‘애교’ 혹은 ‘앙탈’로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투구의 일부다. 일관성 있게 어깨춤을 추니, 타자들에게도, 심판들에게도 정규의 동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KIA 마운드는 왼손 풍년이다. 투구 폼도, 개성도, 장점도 전부 다르다. 그 중에서도 곽도규는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신인이자, 왼손 잠수함 2호다.

[곽도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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