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와 대화를"…LG에서 건너온 프레이밍 달인의 '원대한 꿈'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투수가 직접 찾아오는 포수가 되자는 마음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1월 FA(자유계약선수)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34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유강남은 지난 19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롯데맨'으로서 출발을 알렸다.

롯데는 2017시즌이 끝난 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포수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롯데는 김준태(KT 위즈)와 안중열(NC 다이노스), 나균안, 정보근, 강태율까지 육성을 통해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포수 육성은 롯데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롯데는 트레이드를 통해 지시완을 품으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애썼으나 강민호가 빠지고, 유강남을 영입하기 전까지 단 한 명의 주전 포수도 확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롯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FA 시장으로 향했고, 때마침 걸출한 포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롯데는 모기업 롯데지주의 든든한 지원 속에 포수 자원들을 주시했고, 유강남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 끝에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롯데는 "단순히 타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유강남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며 "팀 투수진을 한 단계 성장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유강남의 최대 장점은 '프레이밍'과 '체력'이다. 유강남의 프레이밍은 KBO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15시즌부터 8년 연속 100경기 이상 포수마스크를 썼고, 지난해에는 1008⅓이닝을 소화하면서, 수많은 포수들 가운데 유일 1000이닝을 돌파했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타격 성적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유강남은 KBO 통산 통산 1030경기에 출전해 796안타 103홈런 447타점 타율 0.267 OPS 0.74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기록이 끊겼지만,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2017년부터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입단식에 참석한 유강남은 "어릴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야구를 시작했는데, FA 계약을 하고 입단식도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좋은 대우를 해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한다.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강남은 롯데로 건너오게 되면서 확실한 목표를 정립했다. 그는 "여러 목표가 생겼지만, 투수 쪽에 대한 목표가 크다"며 "투수가 원하는 포수, 투수가 직접 찾아오는 포수가 되자는 마음이다. 아직 롯데 투수들의 공을 받지 못했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투수진이 나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좋은 대우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팀을 옮겼지만,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롯데와 부산에 친분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유강남은 "부산에 왔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다. 이사를 하는데 조금 외롭더라. 그래서 AI스피커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해 입단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강남의 말을 들은 상무 '입단동기' 구승민은 "(김)원중이와 함께 진짜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기도 했다. 유강남은 "선수들과 친해지면서 식사도 할 것 같다. 그리고 부산에 바다가 있는데,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바다를 보면서 커피라도 마시면 힐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싱긋 웃었다.

유강남은 롯데에서 최근 떨어진 타격 지표와 도루저지율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그는 "지난 3년간 타격 수치가 떨어졌지만,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운동도 일찍 시작했고, 올 시즌이 기대된다"며 "도루저지율 또한 포수의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수와 합심해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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