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에 '사랑'을 얹었다…뮤지컬 '광화문연가' [정진아의 해시태그]

[마이데일리 = 정진아 기자] 명곡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를 증명하듯 가슴 가득히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시간의 흐름만큼 깊이가 더해져 진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20년, 30년도 더 지난 노래들을 아직까지 찾아 듣고 즐긴다는 건,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 속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그때 그 시절만의 순수한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광화문연가'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에 '사랑'이라는 소재가 얹어진 주크박스 뮤지컬로 관객들과 과거를 유영한다.

죽음을 1분 남겨둔 중년 작곡가 명우는 시간 여행 가이드 월하의 도움을 받아 첫사랑 수아와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간다. 덕수궁 사생대회에서의 풋풋한 첫 만남부터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맞이한 이별의 순간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의 공감과 아련한 감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명우의 기억 속 빈집을 채워준 건 아내 시영이다. 음악에 빠져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명우에게 서운해 하면서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시영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다. 노래 '옛사랑'의 가사를 대사처럼 주고받는 순간, 정점에 이른 두 사람의 감정은 우리에게 절절한 감동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건 단연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이다.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세월이 가면' 등 80-90년대를 풍미한 곡들은 끊임없이 펼쳐진다. 편안한 멜로디와 선명한 가사 전달이 특징인 곡들로 노래를 모르는 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연에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 안에서 뜨거운 감명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편곡의 다채로움 역시 극의 관전 포인트다. '이별 이야기'는 원곡과 대비되는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 쓸쓸한 명우의 상황을 강조했고, '애수'는 원곡보다 훨씬 경쾌하고 풍성한 댄스곡으로 탈바꿈했다. 원곡과 비교하며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 묘미가 그대로 드러난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호흡 또한 빛을 발한다. 명우 역을 맡은 엄기준은 탄탄하게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증명하듯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월하 역을 맡은 김호영은 중요한 감초다.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까닭에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능청스럽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다. 명우와 월하, 극과 극의 캐릭터가 어우러지며 빚어낸 조합이 '광화문연가'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커튼콜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붉은 노을'로 대미를 장식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며 '광화문연가'의 여운을 붉은 노을 속에 활활 태우게 된다.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공연 중인 '광화문연가'는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양지원, 황순종, 홍서영 등이 열연한다. 9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사진 = CJ ENM 제공]

정진아 기자 avance_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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