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길의 하지만] '믹스나인', 방송 전에도 중에도 후에도 '갑질논란'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기대작으로 시작했지만 문제작으로 남고 만 JTBC '믹스나인', 그 여정은 늘 '갑질논란'과 함께 했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지난 1월 26일까지 방송된 '믹스나인'. 이 프로그램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전국 70여 기획사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400여명의 연습생 중 9명을 선발하여 K팝과 한류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돌그룹으로 탄생시킨다는 콘셉트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최대 기획사 중 하나인 YG와 엠넷 '프로듀스 101'을 만든 한동철 PD가 손을 잡은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과 기대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방송 전부터 제기된 우려는 동등한 타 기획사의 연습생을 YG가 심사, 선발한다는 형식이 자칫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양현석 프로듀서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SM이나 JYP의 가수에 YG의 색깔을 입혀보면 재밌겠다는…. 그 오랜 생각을 '믹스나인'을 통해 이루게 됐다. 기존 서바이벌과의 차이점도 그 부분이다"며 바로 그 지점을 '믹스나인'의 차별점으로 어필했다.

실제로 '믹스나인'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그를 통해 데뷔한 그룹이 한류 아이돌로 성장해나갔다면 이런 구상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남을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믹스나인'의 시청률이 1%대에 머무는 등 뚜껑을 연 프로그램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양현석 프로듀서의 발언 논란이 부각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믹스나인'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연습생 개개인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아이돌 하기에는 은퇴할 나이인 것 같은데?",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되게 많군요" 등 양현석 프로듀서의 거친 발언들이었다. 데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남의 집 살이'를 결심한 연습생들을 향한 이런 발언들은 또 한 번 시청자들이 '갑질'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논란의 마무리는 종영 후 이뤄진 데뷔 무산 발표였다. '믹스나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9명의 데뷔조가 탄생했지만, YG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달 YG는 데뷔 무산이 결정되기까지의 일곱 차례 회의가 있었다며 "(각 회사 제작자와의 회의는) 매우 자연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믹스나인'의 최종 톱9 중 1위인 연습생 우진영이 속한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해피페이스) 측이 YG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문에 빠졌다.

해피페이스 측은 "해피페이스는 물론 시청자 및 우진영의 팬 여러분들도 최종 톱9이 데뷔해 4개월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하지만 정작 YG는 종영 이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난, 올 3월까지도 해피페이스에 데뷔 준비 및 계획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출연자들의 데뷔를 향한 간절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YG는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뒤늦게 톱9의 소속사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는 기존 계약서에 따른 데뷔 계획이 아닌, 기획사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었던 계약조건 변경안을 제시했다"며 "이러한 일방적 소통 방식으로 인해 기획사들의 내부 의견이 분분해졌고, 결과적으로 제시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트집 잡아 데뷔 무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믹스나인'과 관련한 계약 미이행 및 일방적인 변경안 제시는 철저히 YG의 이해관계에 따른 '갑질'"이라고 규정했다.

물론 YG 측은 "몇 달 전 6곳의 기획사 대표들이 모여 원만하게 협의를 끝내고 언론에 발표하며 마무리된 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중 한 회사가 1천만 원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며 "하지만 이미 정식 소송을 제기한 만큼 저희도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대응할 예정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모든 오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반박했다.

YG와 해피페이스 간의 공방 결과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믹스나인'을 둘러싼 구설수는 YG에게 결코 유쾌하지 않은 연관검색어를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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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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