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민이 말하는 전력질주 그리고 슬라이딩 (인터뷰)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016년 1월 인터뷰를 위해 만난 최정민(SK 와이번스)은 "내 생각에는 장점이 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또 희생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지 생각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 희생번트를 성공시킬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안타 치고 덕아웃에 들어와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과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뒤 하는 느낌은 또 다르다"고 말했다.

한 시즌이 끝났다. 올시즌 전까지 그의 1군 출장은 통산 10경기가 전부였다. 때문에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이 확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6시즌이 끝난 뒤 돌아보면 최정민이 당시에 했던 말이 허투루 한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최정민은 올시즌 88경기에 나서 타율 .329(155타수 51안타) 11타점 8도루 29득점을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의 활약상은 단순히 기록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으며, 또 누구보다 열심히 슬라이딩했다. 2일 최정민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나 올시즌을 돌아봤다.

▲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게 좋은 것 같다"

출발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기다림을 견디자 기회가 왔다. 주전 유격수인 헥터 고메즈가 부상으로 빠지자 기존 2루수였던 김성현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고 최정민이 2루수로 나선 것.

완벽한 시즌 첫 선발 경기를 치렀다. 4월 20일 넥센전에 8번 타자 2루수로 나선 그는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데뷔 첫 3안타 경기.

이후에도 최정민은 빠른 발을 이용해 많은 안타를 만들어냈다. 특히 성공률 높은 기습번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올시즌 최정민은 내야안타 21개를 기록, 이 부문 공동 8위에 올랐다.

최정민은 올시즌에 대해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아쉬웠던 게 더 큰 것 같다"며 "특히 팀이 5강 싸움에서 올라가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돌아봤다.

전력질주와 슬라이딩에 대한 생각도 드러냈다. 최정민은 팬들이 걱정할 정도로 '나는 것에 가까운' 슬라이딩을 여러차례 선보였다. 1루로 향할 때를 비롯해 모든 주루플레이에 전력질주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전력질주에 대해 "그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니까 후회없이 해야하는 것 같다"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번트안타와 관련해서도 "반은 기습, 반은 희생번트 사인이었는데 열심히 뛰다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슬라이딩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계획하고 한 적은 없다. 1루로 최대한 빨리 가기 위해서 그랬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슬라이딩을 하는 순간에는 안 아프지만 집에 가서 씻으려고 하면 군데군데 상처가 있더라"고 고충도 드러냈다.

▲ "부딪혀 보니 부족한 점 많아… 도루 연습도 많이 할 것"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남긴 2016시즌이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는 본인의 말처럼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뒤 출전 기회가 줄어들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8월에는 단 6경기에 나서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헥터 고메즈 복귀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늘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유를 자신에게 찾았다. 최정민은 "한 시즌동안 부딪혀보니 공수주 모든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냉철히 분석했다.

최정민은 공격과 수비, 주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공격에서는 찬스를 더 많이 만드는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삼진이 많았던 것이 아쉬운 기억이다. 이것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수비에서도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주루다. 최정민은 "올해 도루를 별로 못해서 내년에는 도루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할 것이다. 올해처럼 도루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적이 처음이다. 1군에서 주자로 나가다보니 부족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줄어든 기회에 대해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은 최정민이기에 더욱 발전된 그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전력질주, 거침없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1군 무대에서 보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SK 최정민.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마이데일리DB]

[인터뷰] SK 최정민, '희생의 아이콘' 꿈꾼다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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