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K 최정민, '희생의 아이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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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야구에는 '희생'이 있다. 논란이 있는 희생플라이와 달리 희생번트는 말 그대로 '자신을 희생해서'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는 것이다. 이는 다른 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팀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번트는 대부분 빛이 나지 않는다. 성공하면 본전인 반면 실패하면 많은 비난을 받는다. 이런 '희생번트'이기에 이를 좋아하고 즐기기란 쉽지 않다.

SK 5년차 우투좌타 내야수 최정민(27). 아직까지는 1군 경기에 많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경험을 발판 삼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희생'이 있다.

▲ 아쉬움 남은 복귀 후 첫 시즌

마산고-동아대를 졸업한 최정민은 2012년 SK에 입단했다. 데뷔 첫 시즌 단 2경기에 뛴 최정민은 곧바로 군에 입대, 상무에서 2년간 군 복무를 수행했다.

복귀 첫 시즌인 2015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최정민도 다시 출발하는 만큼 의욕이 넘쳤다. 기회도 있었다. 주 포지션인 2루수 자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 누가 주인이 되든 이상하지 않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기는 했지만 한 경기도 못 뛰고 개막 시리즈 종료 후 곧바로 2군에 내려갔다. 2015시즌 1군 무대 그의 성적은 8경기 타율 .308(13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데뷔 후 첫 안타, 타점 기쁨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더 남는 시즌이었다.

최정민은 "개인적으로 기대도 많았다. 군대에서 배운 부분을 마음껏 펼치려고 구상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무 아쉬운 것이 많았다"고 아쉬움 섞인 웃음을 지은 뒤 "좋은 기회도 있었는데 기회라는게 길게 주어지지는 않더라. 한 발이라도 더 뛰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경험도 했다. 그는 8월 14일 LG전에 데뷔 첫 선발 출장해 1회 이준형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데뷔 첫 타점. 그는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다"며 "꿈꿨던 순간이다. 그 전까지는 1군에 올라왔어도 훈련만 했는데 8번 타자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날 최정민은 2타점 적시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남기며 경기 종료 후 구단이 선정하는 타자 MVP로 뽑혔다.

▲ "희생하는 것 좋아해… 어떤 상황에 어떻게 해야 도움 될 지 생각"

아쉬움은 많았지만 허투루 2015년을 보낸 것은 아니다. 퓨처스리그에 73경기(타율 .289 8타점 14도루) 나서 경험을 쌓았으며 시즌 종료 후에는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도 다녀왔다. 또 퓨처스리그 중에는 그동안 경험이 없던 3루수로 변신을 시도해 운신의 폭도 넓혔다.

그는 지난 시즌에 대해 "엄청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흘러간 한해가 아니고 올해를 위한 작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선수이기 때문에 타격과 수비도 중요하지만 그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희생'을 즐긴다는 점이다. 최정민은 "내 생각에는 장점이 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희생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지 생각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 희생번트를 성공시킬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안타 치고 덕아웃에 들어와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과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뒤 하는 느낌은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송구, 정확한 포구 등 수비와 함께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 작전 수행능력 향상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희생'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을 꿈꾸는 최정민이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SK는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헥터 고메즈를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여기에 나주환, 박계현, 이대수, 유서준 등 언제 2루수로 나서도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최정민은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한 번은 오더라. 올해도 분명 올 것이다. 이번에는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 작년보다 더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작년 12월 한 살 연상의 신부인 이혜민양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8년 열애 끝의 결실이었다. "이제 가장이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야구를 재미로만 해서는 안 되겠더라. 힘들어도 한 발 더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최정민이다.

팀에는 꼭 필요하지만 결코 자청하기 쉽지 않은 '희생하는 선수'. '희생'을 즐기는 최정민이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곁들여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SK 최정민. 사진=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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