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친구들', 이럴거면 베트남엔 왜 갔나 [전형진의 역발상]

[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은 도대체 왜 베트남까지 갔을까.

5일 오후 방송된 '맨친'에는 멤버들의 베트남 여정기 마지막 편이 펼쳐졌다. 이날 멤버들은 '최고의 웃음을 찾아라', '현지인들과 함께 즐겨라' 등의 미션을 수행해야했다.

이들의 미션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다. 제작진은 출연진에게 두루뭉술한 미션 하나만 남겼을 뿐 그 과정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출연진은 어떻게 웃음을 이끌어내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고 결국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시장을 찾은 팀인 유세윤과 윤시윤, 유이와 김범수는 현지음식을 사먹고 상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줬다. 은혁과 윤종신은 절을 찾아가 사찰음식을 먹었고 강호동과 김현중은 관광명소인 화이트샌드에 찾아가 돈을 내고 모래썰매를 탔다. 이들의 미션 수행은 베트남 문화를 체험하는 여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진행된 맨발의 플래시몹 역시 감동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 출연진은 '현지인들과 함께 즐겨라'는 미션을 위해 깜짝 무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연습하는 과정과 플래시몹을 알리는 과정 등이 막무가내로 진행되거나 흐지부지 요약돼 정작 무대는 호응도가 높았어도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멤버들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맨친'에 이어 방송되는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과 비교했을 때 이번 방송에 제작진의 기획력 부재는 더 크게 다가왔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된 '런닝맨'은 게임을 통해 상인들과 호흡하며 베트남 곳곳을 누볐고 베트남 음식을 소개하는 '딜리셔스 베트남'을 콘셉트로 게임과 더불어 현지의 먹거리를 소개했다. 이는 '런닝맨' 멤버들의 예능감과 더불어 제작진의 철저한 현지조사와 기획이 함께해 재미를 배가시킨 사례였다.

이날 방송된 '맨발의 친구들'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2.9%(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방송분의 시청률 5.1%보다 2.2%P 하락한 수치로 3회까지 방송된 시점에서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 능한 강호동과 예능 대세로 떠오른 윤종신과 유세윤, 매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윤시윤의 활약에 비추어볼 때 너무나 저조한 기록이다.

'맨친' 제작진은 강호동을 비롯해 예능감으로 똘똘 뭉친 멤버들에 기댈 것이 아니라 기획력을 가져야한다. 아무리 맨땅에 헤딩하는 콘셉트라 할 지라도 기승전결을 가진 섬세한 기획이 더해져야 출연진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중심있는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맨친'.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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