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며 친정팀 응원하는 21년 원클럽맨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발표하며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재편했다. 하지만 사령탑이 바뀐것만으로는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았다. 조성환 감독대행 체재의 두산은 KIA 타이거즈와의 첫 경기에서 부상에서 돌아온 에이스 곽빈을 내고도 3-11로 대패했고, 다음날도 3-8로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좋지 않았다. 이번 시즌 9위까지 쳐진 두산은 포기하지 않고 상대가 쉽게 볼 수 없는 끈끈한 팀이란 의미의 허술두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많은 팬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이런 비난을 잘 알고 있기에 새롭게 시작한 조성환 감독대행 체재의 훈련은 매우 진지했다. 선수들은 이른 시간부터 그라운드로 나와 웃음기 없는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그런데 많은 선수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는 지난 시즌 은퇴한 김재호였다. 김재호는 21년간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으로 현재 스포티비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2004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재호는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거친 뒤 2014년 뒤늦게 주전 유격수로 나서기 시작해 3차례 우승(2015·2016·2019)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두산 왕조를 이끈 선수였다. 프로 통산 21시즌 1,793경기 타율 0.272(4,534타수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 661득점 79도루 OPS 0.722를 기록한 두산 레전드로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날 경기는 KBSN 중계로 스포티비 해설위원인 김재호가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없었지만, 그는 부진에 빠진 친정팀을 응원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훈련에 방해되지 않게 한 걸음 떨어진 그물망 뒤에서 조용히 후배들을 지켜보는 그의 눈빛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특별히 조언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선배의 등장만으로 큰 힘이 되었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미소 지었다.
한편, 조성환 감독대행 체재의 두산은 이번 주 2승 4패를 기록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조성환 감독 대행은 2000년대생 젊은 선수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하며 팀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파격 라인업에 이천 베어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베테랑이 빠진 자리에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뛰며 허술한 느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열정이 살아나며 허술두가 깨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김재호 스포티비 해설위원이 중계가 없는 날 잠실구장을 찾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