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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공동경비구역 JSA' 배우들이 당시 신인이던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합류한 계기를 밝혔다.
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으로 꼽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GV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가 참석했다.
2000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는 분단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 남북 관계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에 기여, 한국 영화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영화가 만들어지던 90년대 후반은 국가 보안법이 더 강하게 작동되던 시절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법의 구속을 받던 시기다. 주적이라고 불리는 북한 군인과의 우정을 영화에서 다룬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때였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막상 개봉할 때가 되니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만들 때만 해도 비장한 각오를 갖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감독은 "앞서 두 편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이 작품이 실패하면 유작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만 절박한 건 아니었다. 이병헌 씨도 영화 하는 족족 망할 때였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당시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웃음) 몇 년 전 미국에서 영화인들의 행사가 열렸다. 제가 공로상 시상자로 올라갔고, 감독님이 수상자로 올라왔다. 제가 짧은 스피치를 하며 '감독님과 제 만남은 아주 묘한 만남이었다. 두 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망한 분과 세 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망친 저다. 조합이 이것보다 좋을 수 있었을까'라는 농담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 감동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 영화 이후 처음으로 '흥행배우 이병헌입니다'라는 인사를 했다. 너무 신나고 기분 좋은 인사이기도 했지만, 숫자에 연연하는 영화인들의 풍토에 반항하는 느낌도 있었다. '몇만 배우'라며 숫자로 관객수가 명명되는 게 어린 마음에 싫었던 기억이 있다. 'JSA'는 제게 흥행배우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알려준 영화다"라고 전했다.
이영애는 "저도 97년 CJ에서 '인샬라'를 투자해 말아먹었다. (웃음)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저도 그렇게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좋은 작품이 되려니 좋은 분들이 모인 것 같다. 타이밍도 좋고 대본도 좋았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송강호는 "전 사실 한 번 거절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완벽을 추구한달까. 너무 촘촘한 밀도감, 볼 수 없었던 구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믿음이 안 갔다. 한국 영화가 이런 걸 구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써놓고 이상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두 편을 실패한 감독님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이 시나리오를 구현한다고?' 싶었다"며 "사실 박 감독의 전작도 재밌게 봤다. 첫 만남 때 신뢰가 갔다. 명필름 사무실이 옛날 가정집 같은 곳이었는데 어떤 분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모퉁이를 걸어왔다. 그때 지울 수 없는 품격, 기품에 압도됐다. 그 순간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특히 송강호는 "영화를 오랜만에 보고 느낀 건 나도 '이병헌이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군.' (웃음) 너무 멋있고 젊더라"면서 "박 감독 작품에 여러 장점이 많지만 'JSA'에도 그 깊이, 기품이 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신작 제목이지 않나"라며 유쾌한 감상 소감을 전했다.
한편, CJ ENM은 2020년부터 방송, 영화, 음악, 예능 등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체 불가의 인물들을 '비저너리'로 선정해 왔다.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업계에 임팩트를 창출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비저너리 선정작'을 조명했다. 영화 부문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름을 올렸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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