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맞더라도…” 159km 안우진, 오타니와 '운명의 맞대결' 상상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홈런을 맞더라도 내가 가진 것들로 승부하고 싶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1라운드 B조의 최고스타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일본, LA 에인절스)다. 특히 오타니가 지난 6일 한신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서 터트린 ‘무릎 쏴’ 홈런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궁금했다. 과연 같은 야구선수들은 오타니의 ‘무릎 쏴’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포수 출신으로서 투타겸업을 준비하는 키움 신인 김건희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마치고 “봤다. 정말 대단했다. 자신의 걸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들었다. 오타니는 롤모델”이라고 했다.

나아가 재밌는 상상을 해봤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이 타자 오타니를 상대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안우진과 오타니는 공통분모가 있다. 안우진은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업하지는 않지만, 오타니처럼 상당히 빠른 공을 구사한다.

물론 안우진은 공식적으로 오타니처럼 패스트볼 160km을 넘기지 못했다. 작년 6월23일 대구 삼성전서 김현준을 상대로 160km를 던졌다. 그러나 삼성이 당시 트랙맨으로 집계한 정확한 구속은 159.3km였다. 단, 안우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160km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훈련을 마친 안우진에게 물었다. “혹시 야구를 하다가 타자 오타니를 상대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그러자 안우진은 엷은 미소를 띄며 “하늘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다. 잘 던지는데 잘 치는 선수”라고 했다.

다시 웃으며 물었다. “본인도 빠른 공을 갖고 있는데, 초구부터 (150km대 후반 패스트볼)갖다 박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안우진은 신중했다. “정말 세계 최고의 선수다. 투타 밸런스가 최상이다. 맞붙게 된다면 영광이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내가 가진 걸(구종)로 승부를 하고 싶다. 홈런을 맞더라도”라고 했다.

답변의 정석이다. 한편으로 안우진의 이런 코멘트들을 듣고 나니 안우진이 진짜 KBO리그 최고투수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빠른 공에 대한 자부심을 앞세우면서 “초구부터 한 가운데 직구”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타니 같은 초특급스타에게 단 1구도 허투루 승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이면서 조심스러운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와 4번타자의 맞대결이더라도, 경기흐름과 상황에 따라 볼넷을 내주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다. 피해가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안우진은 지난 2년간 확실히 성장했다. 진정한 에이스다. 착실하게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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