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삭제→'애제자' 걱정 태산…日 국대 감독 "쉬게 해주세요"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쿠리야마 히데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이 벌써부터 '애제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몸 챙기기에 나섰다.

쿠리야마 감독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제5회 U-15 야구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본 사타이마현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 중인 선수들을 찾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취재에 응해 오는 2023년 열리는 WBC 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 대표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오타니의 합류 여부다. 오타니는 지난해 투·타 '이도류' 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 단숨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에도 투수로 10승을 손에 넣었고, 타자로도 27홈런 타율 0.264 OPS 0.875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데뷔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쿠리야마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의 WBC 합류를 기대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올 시즌 초 WBC에 관한 질문에 말을 아껴왔다.

침묵하던 오타니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WBC 대표팀에 가고 싶다. 실력이 된다면 뛰고 싶다. 구단과도 WBC 대표팀 출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쿠리야마 감독은 나를 이해하는 분이다. 함께 한다면 편할 것 같다. 뽑아준다면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은 WBC 일정이 확정된 이후 빠르게 움직였다. 쿠리야마 감독은 이미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시찰했고, 개인 면담 등을 통해 WBC 출전 의사를 확인했다. 특히 WBC 출전 희망하지 않고 있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는 1시간이 넘는 대화를 통해 설득의 시간도 가졌다.

오타니가 WBC 출전 의사를 밝힌 뒤 최근 가장 큰 걸림돌도 사라졌다. 바로 원 소속팀의 허락이 떨어진 것. 페리 미나시안 LA 에인절스 단장은 지난 21일 "오타니가 WBC 출전을 원한다면 돕겠다"고 밝혔다. '이도류' 출전에 대해서도 "오타니는 스페셜한 선수"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쿠리야마 감독은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이 오타니의 WBC 출전을 돕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내가 이러쿵저러쿵 할 문제가 아니다. 내 발언이 폐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기기 쉬운 팀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말은 아꼈지만, '애제자' 오타니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은 숨기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 22일 경기에서 '위염' 증세로 인해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초 국내 언론에는 장염으로 알려졌으나, 오타니는 위가 좋지 않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여파로 오타니는 23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대타로 출전하는데 그쳤다.

'스포츠 호치'는 "위염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타니를 염려했다"고 언급했다. 쿠리야마 감독은 오타니에 대한 질문에 "쉬게 해줘야 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경기를 쉬지 않는 선수다. 무척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현재 WBC 출전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에인절스 소속'일 때의 이야기. 시즌이 끝난 뒤 트레이드가 된다면, 오타니의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쿠리야마 감독이 공개적으로 몸 상태를 챙길 정도로 각별한 관계인 오타니가 일본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타니 쇼헤이,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사진 = AFPBBNEWS, 사무라이 재팬 홈페이지 캡처]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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