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8000만$ 대박 벌써 2주년, 내려놓은 1선발과 다가올 미래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전이었다. 2019년 12월 23일(이하 한국시각)은 FA 시장에 나온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전격 계약을 맺은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날이다.

2013년 LA 다저스와 맺었던 6년 계약이 끝나면서 다저스의 품을 떠난 류현진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류현진. 하지만 그가 악명 높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류현진은 토론토 역대 투수 최고액이라는 '에이스' 대우를 받으며 토론토에 입성했다. 당시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류현진은 정말 눈에 띄는 투수다. 토론토에 믿을 수 없는 재능을 더했다"라고 흥분했다.

역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1선발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시즌 일정은 단축됐지만 류현진은 흔들림이 없었다. 비록 12경기에서 67이닝을 던진 것이었으나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라는 성적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고 토론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역시 류현진은 1선발로 출발했다. 6월에 잠시 고비를 만났지만 전반기를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마치며 선방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6승 5패 평균자책점 5.50에 머물렀다. 8월에는 2승 3패 평균자책점 6.21로 부진했고 9월 이후 2승 2패 평균자책점 7.78로 더 나빠졌다. 지난 해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던 류현진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느새 에이스라는 칭호도 사라졌다. 로비 레이가 누구도 예상 못한 뛰어난 피칭으로 에이스 타이틀을 가져갔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다. 결국 류현진은 팀내 최다인 14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10패와 평균자책점 4.37이라는 아쉬운 성적도 받아들여야 했다. 한편으로는 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건강함을 증명한 시즌이었다는 점에 의미는 있었다.

당장 내년에는 1선발로 출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토론토는 올 시즌 종료 후 호세 베리오스와 7년 1억 31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이 갖고 있던 토론토 역대 투수 최고액 기록이 깨진 것이다. 여기에 토론토는 시애틀 매리너스로 떠난 레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케빈 가우스먼과 5년 1억 10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직 추가 영입 가능성도 있어 류현진이 내년 시즌 어느 위치에서 시작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과연 류현진은 반등할 수 있을까. 류현진의 선결 과제는 역시 피홈런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류현진은 홈런 24방을 맞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였다. 홈런 2개를 맞은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타자에게 맞았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기복을 줄인다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수진 교통정리도 류현진에게 영향이 있을 전망. 현재 토론토에는 대니 잰슨, 리즈 맥과이어, 알레한드로 커크, 가브리엘 모레노 등 다양한 포수들이 존재한다. 토론토를 두고 꾸준히 포수 트레이드설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올해 고전하면서도 잰슨과 호흡을 맞췄을 때 평균자책점이 3.91로 가장 좋았다. 반면 맥과이어와는 평균자책점이 5.17로 좋지 않았다. 커크와는 배터리 호흡을 맞춘 기록이 없었고 팀내 톱 유망주인 모레노는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지 않았다.

어느덧 토론토와의 계약이 2주년을 맞은 류현진은 이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있다. 4년 계약의 절반이 지났다. 남은 절반은 류현진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류현진.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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