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김태형 감독 PS 뚝심의 선발야구 결말은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선발이 5~6이닝을 던져야 한다."

두산은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준 뒤 2~3차전을 연거푸 잡았다. 타선이 2경기 연속 대폭발하며 NC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판타스틱4' 선발진이 1~3차전서 판타스틱과 거리가 멀었다.

더스틴 니퍼트가 5⅓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볼넷 6실점(5자책), 장원준이 5⅓이닝 10피안타 1탈삼진 1볼넷 6실점(5자책), 마이클 보우덴이 3이닝 6피안타 4탈삼진 4볼넷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타자들이 NC 마운드를 무너뜨리면서 이들의 부진이 상쇄됐을 뿐이다.

단기전은 결과가 중요하다. 두산은 어떻게든 플레이오프를 통과,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된다. 한국시리즈서 어떻게든 KIA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보다 개개인의 에너지 소모가 크다. 즉, 두산이 올 가을 단기전에 필요한 7승은 페넌트레이스 7승 이상의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는 뜻.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판타스틱4의 부진은 간과할 수 없다. 남은 포스트시즌서도 이들이 부진한 투구로 마운드를 오래 지키지 못하면 불펜 투수들에게 부하가 크게 걸릴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은 타자들의 감각이 최고조"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 7승 모두 방망이 힘으로 따낼 수는 없다. 이번 단기전이 끝나기 전에 언제든 타격 사이클이 내려갈 수 있다. KBO리그 역사를 봐도 포스트시즌 두 스테이지 내내 타격감이 절정인 팀은 거의 없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5~6명의 투수만 활용하고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모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1~3차전서 불펜 투수들을 적지 않게 활용했다. 함덕주는 1~3차전 모두 잘 던졌지만, 합계 5이닝을 소화했다. 이용찬, 김승회, 김명신도 2경기씩 나섰다. 이닝은 많지 않아도 매 경기 대기하고 몸을 풀면서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해도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만만찮은 KIA를 상대로 최대 7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두산은 지금도 함덕주를 제외하면 타자들을 완벽히 압도하는 불펜 투수가 많지 않다. 결국 판타스틱4의 투구내용이 살아나야 불펜투수들도 힘을 비축하면서, 김 감독의 활용 및 작동에 의해 효과적으로 투구할 수 있다.

때문에 김 감독은 멀리 내다본다. 사실상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 마운드 운용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우리 팀은 선발이 2~3점 뒤진 상황이라고 해도 5~6회까지 가야 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1~3차전 내내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고 애썼다. 다만, 보우덴의 경우 제구력이 좋지 않아 3차전 4회초 도중 교체했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선발투수가 5회 이전에 무너지면 2~3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투수가 부족하다. NC는 선발보다 불펜이 좋기 때문에 김경문 감독님이 선발을 일찍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 마운드에 확실한 롱릴리프형 투수는 없다. 이래저래 선발투수가 길게 던져야 한다.

김 감독은 "니퍼트와 장원준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제구가 크게 왔다 갔다 한 건 아니었다. 자신의 공을 던졌다. 타자들이 실투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여전히 판타스틱4의 경쟁력은 유효하고, 불펜보다 선발진의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하려면 판타스틱4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 감독은 이런 이유들로 플레이오프 1~3차전은 물론, 4차전과 남은 포스트시즌서도 판타스틱4를 믿고 선발야구를 지속할 전망이다. 지금부터라도 필승계투조의 에너지를 좀 더 아껴야 한다. 4차전서 이기면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여유를 얻을 수도 있다. 그래야 마운드의 힘을 효과적으로 분배 및 활용하면서,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 김 감독의 이유 있는 뚝심이다.

[위에서부터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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