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된다' kt 전민수가 이뤄낸 감동의 2016시즌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노력하니까 저도 1군에서 잘 할 수 있더라구요."

kt 위즈의 외야수 전민수(27)에게 2016시즌은 하루하루가 감동의 드라마였다. 프로 통산 15경기 무안타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 74경기 타율 0.305(213타수 65안타) 3홈런 29타점을 기록, 데뷔 9년 만에 비로소 잠재력을 터트렸다.

사실 전민수는 덕수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타격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러나 다리와 어깨 부상이 프로에서 앞길을 막았다. 2008년 2차 4라운드로 우리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2008년 11경기 14타수 무안타, 2009년 4경기 6타수 무안타가 전부였다.

방출을 겪은 전민수는 2014년 kt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93경기 타율 0.395 8홈런 46타점으로 재능을 부활시켰고 결국 올해 2군 9경기 타율 0.474의 성적을 발판으로 4월 16일부터 조범현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전민수는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4월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결승타로 장식했고, 5월 초부터 주전 우익수 유한준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조 전 감독은 “밥만 먹으면 스윙 연습을 한다. 그런 노력이 지금의 전민수를 만든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전민수는 “나도 1군이라는 무대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한 해였다. 1군에서 뛰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야구에 있어 자신감을 얻게 됐다”라고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이어 “그냥 올해는 1군을 만끽하자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벤치에서 소극적이고 주눅 들었었지만 이제는 앞장서서 파이팅도 외치고 그런다. 여기가 내 안방이라고 생각하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민수는 5월 6일 수원 한화전에서 부상을 당한 유한준의 빈자리에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는 “유한준 선배의 빈자리를 못 느끼게 하고 싶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했다”라며 “당시 1회초 전광판 4번타자 자리에 내 이름이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라고 당시의 벅찬 감동을 표현했다.

전민수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데에는 동갑내기 서건창(넥센)의 영향도 있었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리그 MVP까지 오른 그의 스토리는 전민수에게 자극이 됐다.

전민수는 “서건창을 LG 신고선수 시절부터 봤다. 밑에서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는 걸 보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작년에 2군에서 철저히 준비를 했다. 2군 경기였지만 혼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일부러 긴장도 하고 심장도 뛰게 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올 시즌 이렇게 데뷔 첫 안타, 첫 홈런에 3할 타율까지 기록한 전민수.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이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8월 10일 수원 넥센전에서 신재영(넥센)의 투구에 왼쪽 발목을 맞았는데 검진 결과 왼쪽 발목 복사뼈 위쪽의 비골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회복까지 6주 가량이 필요했고 결국 그는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민수는 “처음에 6주 걸린다는 말을 듣고 최대한 기간을 줄여보려 했다. 너무나 경기에 뛰고 싶었다. 타격에 있어 기술도 익히고 오름세에 있던 상태였다”라며 “시즌 종료 직전에 훈련에 들어갔는데 경기는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밖에서 보니 야구가 더 잘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본기를 다시 다져야 한다. 비시즌에 배트 스피드,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려 한다. 무엇보다 올해의 좋은 감각, 루틴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라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한 탓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체력도 키울 것이다”라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덧붙였다.

이제 전민수는 팀에서 팬들이 꽤 많아진 선수가 됐다.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에겐 팬들이 모이는 법. 그는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 심지어 마무리훈련 때도 퇴근하고 나를 보러 오신 분들이 계셨다. 며칠 전에는 한 초등학생이 나를 그린 스케치북을 구단으로 보내기도 했다. 밖에서의 행실도 신경 쓰게 된다.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민수는 마지막으로 “내년에도 내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다.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남을 많이 의식했는데 이제는 내가 할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부상 없는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 안 다치는 사람에게 결국 기회가 오더라. 도움 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보답하기 위해선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라는 당찬 각오를 남겼다.

[전민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kt 위즈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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