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김진수의 미지근한 출발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5-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의 시작을 알린 92년생 절친 손흥민과 김진수의 코리안더비는 미지근하게 끝이 났다. 둘 다 웃지 못했다. 손흥민은 득점에 실패했고 후반 19분에 교체 아웃 됐다. 그리고 손흥민 대신 들어온 율리안 브란트가 결승골로 레버쿠젠에 승리를 안겼다. 김진수는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카림 벨라라비에 고전했고 호펜하임은 역전패를 당했다.

포메이션 l 레버쿠젠 4-2-3-1 vs 호펜하임 4-2-3-1

로저 슈미트 감독은 레버쿠젠은 전형적인 4-2-3-1 포에미션을 사용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포지션은 두 개였다. 묀헨글라드바흐 임대에서 돌아온 크리스토프 크라머가 라스 벤더와 중원에서 짝을 이뤘다. 그리고 센터백에는 함부르크에서 영입한 조나단 타가 자리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벨라라비와 수시로 포지션을 체인지했다..

레버쿠젠 4-2-3-1 : 레노 – 힐버트, 타, 파파도풀로스, 웬델 – 크라머, 벤더 – 벨라라비, 칼하노글루, 손흥민 – 키슬리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도 원톱에 장신 공격수 케빈 쿠라니를 세우고 공격 2선에 세 명을 배치했다. 쿠라니는 전방에 머물지 않고 후방 수비에 자주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의 경우 케빈 볼란드가 기본적으로 왼쪽에 위치하면서 중앙과 최전방으로 유기적인 포지션 이동을 시도했다.

호펜하임 4-2-3-1 : 바우만 – 카데라베크, 샤르, 슐레, 김진수 – 슈베글러, 폴란스키 – 슈미트, 주버, 볼란드 – 쿠라니

전반전 l 호펜하임의 출발은 좋았다

출발은 호펜하임이 좋았다. 전반 5분 만에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손흥민의 공을 빼앗은 뒤 조나단 슈미트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깬 전진패스를 찔러줬다. 그리고 볼을 전달받은 슈테펜 주버가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호펜하임은 초반에 많은 활동량으로 레버쿠젠을 압박했다. 최전방 공격수 쿠라니까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레버쿠젠의 공격은 벨라라미가 포진한 우측을 주로 이용했다. 전반 20분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슈테판 키슬링이 전반 종료직전 기어코 동점골을 터트렸다. 우측에서 연결된 패스를 웬델이 슈팅으로 때렸고 이것이 골키퍼에 맞고 흐르자 문전에 있던 키슬링이 재차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의욕은 넘쳤지만 볼 컨트롤부터 동료와의 연계에서 디테일이 떨어졌다. 또한 호펜하임의 수비가 전반에 더 타이트했던 것도 손흥민이 전반에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진수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적으로는 기여를 하지 못했다. 크로스가 ‘0개’였고 공격 진영으로 연결된 패스도 ‘2개’에 그쳤다.

후반전 l 감독의 교체 카드가 승패를 갈랐다

승패를 가른 건 양 팀 감독의 교체였다. 기스돌 감독이 먼저 후반 13분 공격수 쿠라니를 빼고 미드필더 토비아스 슈트로블을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2-3-1에서 4-3-3으로 전환됐다. 슈트로블이 피르민 슈베글러, 폴란스키와 중앙에 포진했다. 그리고 슈미트가 원톱을 맡고 주버, 볼란드가 좌우에 섰다. 레버쿠젠도 곧바로 변화를 가져갔다. 벤더를 불러들이고 아디미르 메흐메디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 그리고 하칸 칼하노글루가 후방으로 내려왔다. 또 손흥민 대신 브란트를 투입했다.

후반 들어 호펜하임의 압박 강도를 눈에 띄게 떨어졌다. 여기에 4-3-3으로 시스템을 바꾼 뒤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까지 벌어지면서 더욱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김진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반에 김진수의 태클은 1차례 밖에 없었다. 일대일 상황을 맞이할 기회가 적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후반에는 태클이 무려 5차례나 됐다. 벨라라비의 돌파가 후반에 더 많아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반에 일대일 대결이 2번 밖에 없었던 벨라라비가 후반에 7번으로 늘어났다.

결국 후반 26분 레버쿠젠의 결승골이 터졌다. 메흐메디가 중앙에서 공을 잡아 드리블 돌파 후 브란트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브란트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호펜하임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면서 메흐메디가 쉽게 상대 진영까지 접근했다. 센터백 파비안 쉐어의 판단도 아쉽다. 뒤로 물러서며 시간을 벌어야했지만 태클을 시도하다 한 번에 돌파를 허용했다. 어쨌든, 이후 경기는 계속해서 레버쿠젠의 주도 속에 진행됐고 호펜하임은 반전에 실패했다.

데이터 l 손흥민 ‘슛2개’-김진수 ‘크로스0개’

손흥민은 이날 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후반 14분 코너킥이다. 키슬링이 머리로 연결한 공을 노마크 상태에서 헤딩을 했지만 너무 일찍 점프하면서 타점이 맞지 않았다. 분데스리가에서 벨라라비를 두고 오버래핑에 나설 수 있는 풀백은 많지 않다. 김진수도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동료의 수비 도움이다. 후반에 측면 공격수가 너무 높이 전진하면서 김진수는 벨라라비와 계속 일대일 승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