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가 던진 화두, 괜찮아 아파도…[신소원의 프리즘]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최근 한 이동통신사는 "오늘은 오늘의 속도에 맞게 사세요"라는 내레이션의 CF를 내걸며 빠른 속도에 맞춰 살 것을 권유한다. 그만큼 2014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하루하루 빨라진 주위 걸음에 맞춰,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살기위해 매일을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LTE급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TV 드라마 또한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요한다. 이에 다양한 한류 문화 중 하나로 '막장 드라마'가 언급될 정도로 TV는 MSG 같은 강한 맛을 계속해서 첨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든 드라마가 있으니,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김규태 PD와 노희경 작가가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의 외면을 갖추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2014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각자의 아픔을 각 인물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꼬박꼬박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다리를 다치면 절뚝거리고 깁스를 해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이 다쳤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마음이 다친 사람을 쉽게 알아보기란 힘들다. 또 "너답지 않게 왜 이래"라는 말을 통해 모두가 '괜찮아'를 외치는 세상에서 진짜 곪아버린 내면의 아픔을 드러내는게 어려운 세상이 됐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부터가 괜찮지 않은 인물로 등장한다. 지해수는 과거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고 커서도 섹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다른 사람의 아픔은 치료해주는 의사일지라도 정작 자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아이가 있다는 환상을 믿으며 살아가는 환자에게 "아이가 참 예쁘네요"라며 그들의 편에 서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완벽한 비주얼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은 한강우(도경수)라는 환영을 진짜 존재하는 사람으로 믿으며 그와 대화를 하고 양아버지를 때리고 도망나왔다는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하지만 한강우의 모습은 장재열의 과거와 비슷했고, 결국 자신의 어릴 적 모습에 대한 트라우마에 갇힌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외에도 특정한 신체 일부분을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투렛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는 박수광(이광수), 누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불량 고등학생 오소녀(이성경), 전처와 성격차이로 이혼한 조동민(성동일), 수감 중인 장재열의 형 장재범(양익준) 등 '괜찮아 사랑이야'에 담긴 캐릭터들의 면면은 누구 하나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이기보다 연민을 느끼고 빠져드는 이유는 왜일까. 판타지처럼 보이는 해당 인물들은 현대인들의 군상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각자의 캐릭터는 서로가 서로에게 팔을 벌려 안아주고 어깨를 빌려주며 모자란 부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채워주고 있다.

드라마 초반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은 이제 사라졌다. 이는 19금이라는 야한 이미지 속 단어에 사로잡힌 단어가 아닌 한 사람의 트라우마 속 갇힌 형체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장재열은 성기 그림만 그리는 환자에 대해 지해수에게 "성기 그림이 뭐 어때. 그냥 그림인데"라며 이해의 폭을 넓히라고 말했다. 노희경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장재열의 말 속에 담겨있었다. 아픈 사람들이면 뭐 어떤가. 모두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 누구나 겪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마음 속 아픔을 고스란히 펼쳐보여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조인성의 조각 같은 외모를 보는 재미만큼 노희경 작가, 김규태 PD의 힐링 포인트에 빠져들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포스터(맨위). 사진 =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SBS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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