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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도 강한 임팩트를 줬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맞대결에 대주자로 투입돼 1도루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올 시즌에 앞서 3+2년 22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김혜성은 도쿄시리즈 개막전에 앞서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라는 수준이 높은 무대에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직후 타격폼에도 많은 변화를 준 영향이 너무나도 컸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15경기에서 6안타 1홈런 3타점 타율 0.207 OPS 0.613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로 인해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개막을 맞았다. 하지만 김혜성도 시간이 흐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타격폼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트리플A 28경기에서 29안타 5홈런 19타점 13도루 타율 0.252 OPS 0.798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낸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는 지난 4일 새벽 1시 김혜성이 다저스의 부름을 받고 원정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애틀란타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9회 2루 대수비로 출전해 감격의 데뷔전을 치렀다. 9회 수비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개의 타구도 김혜성 쪽으로 향하진 않았으나, 빅리그 무대를 밟은 김혜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한국계'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인해 처음 빅리그에 입성하게 됐지만, 여전히 김혜성의 입지는 탄탄하지 않다. 부상자명단(IL)에 등록된 에드먼의 경우 빠르면 5월 11일 빅리그로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상이 경미한 편이다. 따라서 김혜성의 입장에선 짧은 기간을 통해 반드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언제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까닭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혜성이 5일 경기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3-4으로 근소하게 뒤진 9회초 앤디 파헤즈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그리고 후속타자 윌 스미스의 타석에서 애틀란타 마무리 레이셀 이글레시아스가 던진 3구째 83.7마일(약 134.7km)의 슬라이더에 스타트를 끊었고, 손쉽게 2루 베이스를 훔쳐냈다. 트리플A에서도 13개의 도루를 100%로 성공시켰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셈.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혜성은 스미스가 스트라이크 낫아웃 삼진으로 물러나는 과정을 틈타 3루 베이스까지 훔쳐냈다. 다만 다저스는 김혜성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1사 3루의 동점 찬스를 손에 쥐었으나, 미겔 로하스와 오스틴 반스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진 못했는데, 김혜성이 주자로 있을 때 공격에 어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에 미국 언론에서는 김혜성을 향한 극찬을 쏟아냈다.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은 분명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글레시아스가 윌 스미스에게 3구째를 던질 때 김혜성은 2루 도루를 감행했고, 4.31초 만에 완벽한 스타트로 성공시켰다. 그리고 스미스가 삼진을 당하고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이 공을 놓쳤을 때 김혜성은 베이스에서 살짝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볼드윈이 1루로 송구하자마자 김혜성은 3루로 질주했고, 1루수 맷 올슨의 송구보다 먼저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재조명했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다저스는 이번 겨울 한국에서 김혜성을 영입하며 바로 이런 운동능력을 기대했다. 나이 든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의 로스터에 부족한 역동성을 김혜성이 채워주고 있다"며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도 그는 팀에 강한 임팩트를 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김혜성의 주루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사령탑은 "본능적인 플레이였다. 정말 멋진 장면이었고, 아주 흥미진진했다. 김혜성의 스피드와 그가 팀에 가져다주는 요소들 중의 일부였다"고 극찬했고, 미겔 로하스는 "벤치에서 나와 도루를 성공시킨 김혜성의 플레이는 정말 대단했는데, 내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일단 주루플레이에선 합격점을 받은 김혜성. 언제 선발 또는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찾아올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불과 몇 분 만에 김혜성은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는 점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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