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0km만큼 짜릿한 행복야구가 시작된다.
한화 이글스는 4월까지 19승13패, 승률 0.594를 찍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2위이자 1위 LG 트윈스에 단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우연도 아니고, 미풍도 더더욱 아니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시즌 극초반 그렇게 안 터지던 타선이 혈을 뚫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화의 상승세는 마운드 덕분이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3.36으로 리그 3위다. 특히 선발 3.35로 리그 2위, 불펜 3.39로 3위다. 역시 선발과 마무리가 가장 눈에 띈다. 올해 최고 외국인투수로 꼽히는 코디 폰세를 필두로 라이언 와이스~류현진~엄상백~문동주로 1~5선발을 돌린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개막 후 이들의 순번을 크게 뒤흔들 이유가 없었다.
구단이 폰세를 잘 뽑았고, 엄상백에 대한 투자도 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 마무리를 시즌 초반 재빨리 김서현으로 교체한 것도 상승세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로써 한화는 10개 구단에서 구위, 스피드, 잠재력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5선발과 마무리를 보유했다.
문동주와 김서현은 한화가 10년 미래를 내다보고 2022년 1라운드,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각각 뽑았다. 둘 다 지난 2~3년간 부진 혹은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를 만나 잠재력이 완벽히 터지기 시작했다.
문동주는 올해 6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03이다. WHIP 0.84에 피안타율 0.196. 5선발이지만, 투구내용은 어지간한 팀의 2~3선발 이상이다. 150km대 후반의 빠른 공을 유지하면서도 제구와 커맨드가 확연히 좋아졌다. 올해 29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이 4개밖에 없다. 포심과 커브 위주의 단순한 조합에서도 탈피했다. 작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슬라이더까지 포 피치가 됐다.
김서현도 좋다. 17경기서 1패1홀드9세이브 평균자책점 0.57. 피안타율 0.125에 WHIP 0.83이다. 4월25일 대전 KT 위즈전서 1이닝 동안 2볼넷 1피안타로 1실점한 걸 제외하면 무결점 행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심 평균 154km. 150km대 후반을 손쉽게 찍으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는다. 사실상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지만, 스리쿼터라서 타자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궤적을 그린다.
두 사람은 이미 ‘성공 체험’을 한 바 있다. 문동주는 2023년에 23경기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대표팀 에이스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서현 역시 지난 시즌 이미 필승조로 좋은 활약을 펼친 구간이 있었다.
이후 약간의 부침도 있었지만, 결국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업계에선 두 사람이 어느 정도 프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급의 애버리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로 적응의 단계를 완전히 지나쳤고, 잠재력을 폭발하는 시간이라는 얘기다.
한화 팬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부를 듯하다. 문동주가 6시30분 야구를, 김서현이 9시 야구를 책임지며 한화의 1위 도약을 이끌 수도 있다. 타선이 아닌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팀이 건강하게 돌아간다. 두 특급 영건이 입단 만 3~4년만에 마침내 팀에 투자의 대가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화가 그 이후 뽑은 좌완 황준서와 우완 정우주는 좀 더 충분히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황준서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하고 있고, 정우주는 1군 불펜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화가 응당 지불해야 할 수업료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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