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이정원 기자] "가끔 소름이 돋아요."
한화 이글스 내야수 심우준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4년 최대 총액 50억을 받는 조건으로 KT 위즈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빠른 발이 돋보이는 선수. 그러나 시즌 초반 수비력과는 별개로 타석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9일 경기 전까지 심우준의 타율은 2할이 되지 않았다. 24경기 13안타 5타점 7득점 타율 0.178로 침묵 중이었다.
29일 대전 LG 트윈스전.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다. 9번타자 겸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심우준은 2-2로 팽팽하던 4회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 송승기의 146km 직구를 공략해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적 후 첫 홈런이다.
이 홈런은 한화의 결승점으로 이어졌고, 한화는 LG를 3-2로 꺾고 3연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심우준은 "내 홈런이 결승타가 될 줄 몰랐다. 앞으로도 '너 때문에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잘하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 홈런은 특별하다. 내 결승타를 지켜준 투수들, 베테랑 (이)재원이 형, 좋은 수비 보여준 야수들에게 모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요즘 한화는 잘 나간다. 그러나 팀 성적과 별개로 심우준은 팀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4월초 2할 5푼대 타율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27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3루타를 치는 등 3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감을 찾고 있다.
심우준은 "팀은 이기는데 타격에서 도움이 안 되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좀 있었다. 그런데 팀이 잘나가는데, 나 혼자 답답하다고 티를 낼 수는 없다. 최대한 참고 수비에 집중했다"라며 "요즘은 하루에 하나씩만 친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자가 나갔을 때 더 집중을 하려고 한다. 사실 노아웃이나 1아웃에 출루를 해야 하는데 잘되지 않아 답답했다. 내가 나가서 움직여주고 흔들어야 한다. 앞으로는 더 많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심우준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때 한화 선수단은 무관심 세리머니로 그를 맞이했다. 심우준은 당황했지만, 이후 한화 선수단은 격하게 그를 환영했다.
심우준은 "지난 시즌 전역 후에 KT에서 한 번 당했을 때는 별로 무안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홈런 치고 걸어오는데 (류)현진이 형부터 모두가 웃을 생각을 안 하더라. 더그아웃 들어왔는데도 축하를 해주지 않길래 나가려고 했는데, 그제야 선수들이 축하해 줬다"라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한화는 선발, 불펜 모두 안정적인 투수력이 돋보인다. '야전사령관' 유격수 수비를 맡는 심우준이기에, 그 어느 선수들보다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그는 "책임감은 늘 있다. 우리 팀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으니까, 이럴 때 실수 하나가 나오면 팀이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매 경기,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연습할 때부터 집중한다. (노)시환이, (이)도윤이, (황)영묵이 등 모두가 수비 훈련을 오래 한다. 우리 팀 수비가 좋아진 이유"라고 흐뭇하게 말했다.
이날 경기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12분 전에 17000석이 매진됐다. 시즌 12번째 매진. 한화에서 보내는 첫 시즌인 심우준은 가끔 한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육성 응원에 깜짝 놀란다.
심우준은 "화요일인데 12번째 매진을 기록했다고 하더라. 이 매진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상상이 안 간다. 선수들도 힘이 넘친다. 매진이 계속되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우리 팀만의 그게 있지 않느냐. 육성 응원. 조금씩 따라 하고 있다. 가끔 이기고 있을 때 들으면 소름 돋을 때가 있다"라고 웃었다.
대전 =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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