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올해 30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영화제로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과연 야심찬 재도약이 성공할 수 있을까.
29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행사는 온라인 생중계로도 함께 진행됐으며,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추석 명절과 전국 체전 등 일정을 고려해 예년과 달리 9월 개막한다. 특히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이 신설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한 지난달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선임됐다.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이번 정 집행위원장의 선임은 2023년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사임 이후 네 번째 진행된 공모 만에 성사됐다. 허 전 집행위원장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뒤 부국제는 2년 간 지도부 공백을 맞았다. 28회 부국제는 지도부가 공석인 상황에서 개최됐고, 29회 역시 집무대행 체제로 진행됐다.
이날 정 집행위원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 운영기조를 전하며 가장 먼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0년간 아시아영화와 함께 걸어온 연대의 기억이 굉장히 특별하다. 그 연대의 기억을 돌아보는 한편 아시아영화의 현안과 발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 30주년의 목표 중 하나"라고 꼽았다.
아울러 한국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포럼을 마련을 강조했다. 프로그램으로는 활기를 불어넣고, 포럼으로는 어떤 문제와 해결방안이 있는지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뜻이다. 또한 관객친화적인 영화제로서 "말로 보고 싶어하는 영화와 만나고싶어하는 게스트를 초청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귀뜸했다.
신임 집행위원장 발탁을 통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세대교체도 선언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운영상 첫 번째 변화로는 박 집행위원장 세대교체가 꼽히고 있다. 기존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수석 프로그래머가 박가언 프로그래머가 함께하게 됐다. 박 수석 프로그래머는 본래 중남미와 유럽을 담당했으나, 올해 영미와 일본을 주로 맡음과 동시에 프로그램 전반을 지휘할 계획이다.
박 집행위원장은 "슬림화 작업이라고 표현해야할 것 같다. 우리가 다른 세계영화제에 비해서 상근직 프로그래머가 비대하게 운영됐던 것은 사실이다. 나조차 그 안에 있었지만 완전히 공감한다"며 "올해 나의 보직변경을 비롯해 자연스럽게 9인에서 6인으로 슬림화가 진행됐다. 향후 이정도 규모로 진행하면서 필요시 계약직 프로그래머를 충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 비경쟁영화제로 출범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30회를 맞는 올해 경쟁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는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Busan Award)를 신설한다. 경쟁 부문은 약 14편 내외를 선정하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폐막식에서 시상된다.
박 이사장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가 비경쟁영화제이면서 아시아영화 중심이라는 것은 내가 잡았던 플랜이다. 그때는 국제영화제라는게 없었다. 비경쟁영화제로 영화를 보고 평가하고 좋은 작품을 부각시킨다는 방향성을 잡았다"며 "지금은 세월이 30년이 흘러 우리가 아시아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성장했다. 지금은 아시아영화 중 최고의 영화는 무엇이냐 평가할 수 있는 위치"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설된 경쟁 부문에는 트로피도 수여된다. 디자인은 아시아영화계 거장이자 설치미술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맡았다. 개·폐막식 역시 변화를 맞는다. 특히 폐막식은 폐막작을 초청하는 대신 대상 수상작이 상영된다. 총괄 감독으로는 영화 '파과'의 민규동 감독이 선임된다.
30주년을 맞아 공식초청작 선정규모도 확대된다. 정 집행위원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250편 정도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극도로 작품수를 줄였지만 매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 230편에서 240편 정도로 10편 정도를 늘릴 계획"이라며 "작품 숫자를 단순히 늘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객들의 관람 편의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서 30년을 달려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무엇보다 경쟁영화제로서 새출발에 나선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 부문 선정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대상이 수여된다. 이밖에도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까지 5개 부문이 운영된다.
또한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1편을 선정, 뉴 커런츠상(New Currents Award)을 수여한다. 비전섹션도 올해부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여 운영된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경쟁영화제로 전환된다고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원래 있던 뉴 커런츠(New Currents) 섹션과 지석상이 경쟁 부문으로 통합되지만 여전히 신인들을 위한 상도 있다. 심사위원이 물론 중요하고, 선정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차이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 그 자체는 변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 개막해 9월 26일까지 열린다. 추석 연휴와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을 고려해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진행한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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