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타석에서 항상 되새긴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성윤이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 비결을 주변의 조언과 달라진 야구관이라고 전했다.
김성윤은 지난주 5경기에서 21타수 10안타 9득점 타율 0.476 OPS 1.274를 기록했다. 기간 내 득점 공동 1위, 최다 안타 공동 2위, 타율, 출루율(0.560) 3위, OPS 4위, 장타율(0.714) 7위로 펄펄 날았다.
지난 시즌 김성윤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23시즌 첫 3할을 치고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하지만 2024시즌 타율 2할대에 허덕이는 부진을 겪었다. 5월 타율 0.333으로 살아나는 듯했지만, 무릎 인대 손상으로 장기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최종 성적은 32경기 타율 0.243이다. 2025시즌 연봉도 기존 1억 원에서 30% 삭감된 7000만원이 됐다.
올해 다시 주전 경쟁에 뛰어들었다. 외야 두 자리는 구자욱과 김지찬이 확정한 상황. 나머지 주전 한 자리, 혹은 백업 외야 자리를 두고 스프링캠프부터 김헌곤, 이성규, 윤정빈, 홍현빈 등이 경쟁을 벌였다.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김성윤은 시범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부진에도 개막 엔트리 승선에는 성공했다. 대타와 대수비로 출전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4월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지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성윤이 기회를 받았다. 연일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박진만 감독의 마음을 훔쳤고, 김지찬이 돌아온 후에도 외야 한 자리를 보장받았다.
24일 대구 KIA전이 백미였다. 이날 김성윤은 6타수 4안타 1홈런 1도루 3득점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경기 4안타는 개인 최다 기록.
경기 종료 후 김성윤은 "야구장에서 이진영 코치님께서 항상 제 마음을 이제 잡아주시고, 경기 계획을 짤 때도 도움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또 가족들과 항상 응원해 주는 와이프한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타격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김성윤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타석에서 항상 되새긴다.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못 치고, 그냥 내려놓고 편하게 이제 경기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하면 안타가 나오고 그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된다"고 했다.
이날 617일 만에 홈런을 쳤다. 들뜰 법한 상황. 하지만 차분하게 계속된 세 번의 타석에서 2안타를 추가했다. 이진영 코치의 조언이 컸다. 김성윤은 "홈런 치고 들어오자마자 이진영 코치님께서 '잊어버려라'라고 말씀하셨다. 내려놓는 마음이 다음 타석까지 이어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송은범도 멘털을 다잡는 데 도움을 줬다. 김성윤은 "송은범 선배님이 치킨 한 번 먹자고 하셨다. (이)병헌이랑 룸메이트여서 셋이 이야기 나누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떨쳐버렸다"며 "야구장에서 울상이면 계속 안 좋은 기운이 모인다.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반신반의했는데 웃으면서 하니까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나오더라. 그래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구나 느꼈다"고 답했다.
즐기자는 마음과 '필생즉사 필사즉생'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김성윤은 "죽고자 하면 산다는 게 타석에서 그냥 잘 치고자 하는 마음 없이 힘 빼고 가볍게, 제가 원하는 공만 기다리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리엘 후라도도 타격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김성윤은 "후라도가 매일 스테이 인 더 미들(Stay in the middle), 스윙이 가운데 머무를 수 있게 하라고 한다. 그렇게 쳐서 (홈런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시즌 초반 기회를 받지 못해 초초했을 터. 김성윤은 "초조한 마음 때문에 부정적이 감정이 모이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됐든 다음 날 출근은 해야 되고, 야구장에 또 나와서 플레이를 해야 되는데, 계속 초조한 마음으로만 야구를 하기에는 저 스스로가 너무 힘들더라"며 "와이프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내려놓고 편하게 하자 즐기자. 야구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자. 그렇게 하다 보니 저의 마음가짐이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김성윤은 이 깨달음을 혼자만 간직한 것이 아닌, 후배 김영웅에게 전했다. 김영웅은 "(김)성윤이 형과 대화를 하면 멘탈적인 부분이 잘 잡혀서 항상 고맙다"며 "야구는 그냥 플레이볼, 공놀이다. 성윤이 형이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이야기해 줬다. 알고는 있었는데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볍게 하다 보니까 진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성윤은 헬멧과 모자에 '필생즉사 필사즉생'을 새긴 채 그라운드를 누빈다. 주변의 도움을 통해 작은 거인이 한 뼘 더 성장했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