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환골탈태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엄청난 활약으로 그간 부진을 털어냈다.
루벤 카디네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디아즈는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31안타 7홈런 타율 0.282 OPS 0.849를 기록했다. 장타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출루율이 높은 타입이 아니라 타격 생산성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디아즈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올려놓았다.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도 2홈런을 때려내며 중심타자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포스트시즌 합산 성적은 9경기 5홈런 10타점 타율 0.353 OPS 1.202이다. 이에 반한 삼성은 디아즈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시즌 초 고전에 빠졌다. 개막 2연전서 9타수 5안타 2홈런 5타점을 몰아쳤지만, 이후 9경기에서 3안타로 침묵했다. 한때 타율은 1할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홈런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교체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뜩이나 삼성은 4월 중반까지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고, 팀 공격력의 절반을 책임져야 하는 외국인 타자까지 침묵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은 최소 가을야구를 노리는 '윈나우'팀이다. 늦기 전에 더 좋은 선수를 구해야한다는 여론이 줄을 이었다.
'면담'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 19일 박진만 감독은 디아즈와 면담을 진행했다. 박진만 감독은 "팀에 장타력 있는 타자가 많은데 장타만 노리는 경향이 있어서 디아즈에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면담을 했다. 홈런만 중요한 게 아니고 출루가 필요할 때는 출루도 좀 해줘야 되고, 클러치 능력이 필요할 때는 출루나 단타라도 연결되게끔 해달라고 했다"고 면담 내용을 밝혔다.
이어 "밀어치는 타구가 나오면 수비 위치도 이제 상대 팀에서 변동이 생길 거고, 그러면 그만큼 자기가 (타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며 "그냥 홈런 치려고 그동안 당겨만 치니까 에버리지도 떨어지고 정확성도 떨어지고 삼진율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디아즈는 "저는 항상 센터 방향으로 결대로 치려고 한다"며 "메카닉에서 변화를 줬다기보다는 타석마다 어프로치의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타구를 밀어치며 점차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디아즈는 "모든 공들이 제가 원하는 상태의 어프로치대로 들어가고 있다. 타격감이 괜찮아지고 있다. 그게 원하는 결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면담의 효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디아즈는 지난주 5경기에서 22타수 13안타 6홈런 15타점 타율 0.591 OPS 2.154로 대폭발했다. 해당 기간 타율, 출루율(0.609) 장타율(1.545), OPS, 최다 안타, 홈런, 타점 모두 리그 1위다. 득점(9개)은 팀 동료 김성윤과 함께 공동 9위.
시즌 성적도 급상승했다. 지난주 경기 전까지 디아즈는 5홈런 15타점 타율 0.264 OPS 0.772에 그쳤다. 광란의 한 주를 보내곤 11홈런 30타점 타율 0.327 OPS 1.039가 됐다. 홈런, 타점, 장타율(0.681) 모두 리그 1위로 점프했다.
달라진 경기력은 25일 대구 NC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디아즈는 4타수 3안타 3홈런 3득점 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디아즈는 3회 1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목지훈의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투런 홈런을 신고했다.
4회 2사 2루 세 번째 타석. 앞선 타석 홈런의 잔상이 남아있어서일까. 바뀐 투수 손주환은 1구와 2구를 모두 바깥쪽으로 던졌다. 3구 포크볼 역시 바깥쪽으로 향했는데, 디아즈가 이를 밀어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시즌 8호 홈런.
시즌 첫 밀어친 홈런이다. 이날 전까지 디아즈는 모든 홈런을 당겨서 만들었다. 이어 나온 9호 홈런과 10호 홈런도 모두 당긴 타구. 타구를 밀어칠 수는 있지만, 이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힘와 기술의 조화가 없다면 밀어서 담장을 넘길 수 없다. 현재 디아즈의 타격감을 상징하는 장면.
올 시즌 디아즈의 목표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재계약이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 계속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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