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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매 투구마다 헬멧을 조정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전날(17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10번째 2루타를 생산하며, 전체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낸 이정후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휴식 차원. 하지만 이정후는 경기 막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세 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단 1개의 안타였지만, 이정후의 타율은 0.338에서 0.348로 크게 상승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4-6으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이정후는 필라델피아 마무리 호세 알바라도와 맞대결을 가졌다. 알바라도는 이정후에게 초구부터 무려 100.3마일(약 161.4km)의 초강속구를 뿌리며 맞섰지만, 최근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이정후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3B-2S에서 알바라도의 6구째 100.3마일의 싱커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 안타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면서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최근 이정후의 타격감이 얼마나 좋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필 쿠치 주심이 그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었는데, 경기가 끝난 뒤 그 이유가 밝혀졌다. 1B-1S에서 알바라도가 던진 99.5마일(약 160.1km)의 싱커가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됐고,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때 이정후가 헬멧을 두 차례 두드리는 행동을 했는데, 이점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에 앞서 몇몇 구장에서 ABS 시스템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KBO리그처럼 모든 공을 ABS로 판정하는 것이 아닌, 타자 또는 포수, 투수가 원할 때에만 ABS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그 시그널이 모자 또는 헬멧을 두 차례 두드리는 것이었는데, 이정후가 두 차례 헬멧을 두드렸고, 쿠치 심판 입장에선 이정후가 볼 판정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었던 것이다.
'NBC 스포츠 베이에이리어'는 "1B-1S 상황에서 알바라도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 받았고, 이정후가 헬멧을 두드렸다. 쿠치 심판은 이정후가 볼 판정에 대해 챌린지를 요청한 것으로 오해했을 수 있고, 이정후에게 짧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와 쿠치 심판이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NBC 스포츠 베이에이리어'는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에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헬멧을 두드려 챌린지하는 행동을 허용했지만, 정규시즌에는 금지가 돼 있다. 쿠치 심판은 이정후에게 판정에 동의하지 않을 때 헬멧을 두드리지 말라고 했다"며 "샌프란시스코 벤치도 경기 후 쿠치 심판에게 왜 이정후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오해였다. 이정후는 단순히 헬멧을 고쳐쓰기 위해 헬멧을 만졌던 것이었다. 이정후는 "우리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투수와 상대할 때마다 헬멧을 조정한다. 매 투구마다 그렇게 한다"며 "(쿠치 심판에게) 나는 영어를 못 한다고 말했고, 심판이 뭔가를 이야기했지만, 계속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늘 경기에선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심판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댄 밸리노 심판 조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스프링캠프에서 실험을 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이 헬멧을 두드리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간 판정에 항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실제로 이정후가 항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쿠치는 '투구 직후 판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헬멧을 두드리지 마라. 그건 판정에 항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더라. 하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이정후가 정확히 그 말을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18일 경기 전까지 17경기를 치르는 동안 헬멧을 고쳐쓰는 행동과 관련해서 그 어떤 심판과도 오해를 사지 않았던 만큼 쿠치 심판이 이정후의 행동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소하지만 이정후의 루틴을 무너뜨리는 행동일 수도 있다. 쿠치 심판의 행동이 이정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일단 흐름이 좋은 만큼 흔들리지 않을 필요성이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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