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3년형' 기소 임박한 미즈하라…"오타니는 없었다" 사령탑은 침착했지만, 7억 달러 슈퍼스타는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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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타니의 모습은 없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9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 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약 1700만 달러(약 233억원)를 훔친 것과 은행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며 "미즈하라에 대한 기소는 5월 15일로 예정이 돼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0일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개최됐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맞대결. 그러나 이 모든 흥행을 앗아간 이슈가 있었다. 바로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부터 '입과 귀'가 되어주던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다저스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은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말도, 탈도 많았다. 미즈하라가 미국 'ESPN'과 인터뷰, 다저스 선수단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털어 놓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450만 달러(약 62억원)의 빚을 대신해서 갚아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오타니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만약 오타니가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라면 미즈하라의 범죄 사실을 숨겨준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굉장히 중요했다. 반대로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미즈하라가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와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에인절스 시절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에인절스 시절 미즈하라 잇페이./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의 통장에서 무려 450만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오타니에게 알림이 가지 않도록 조치했던 정황을 포착했고, 오타니는 드디어 의심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즈하라의 만행은 충격적이었다. 오타니의 계좌에서 빼돌린 돈이 450만 달러가 아닌, 무려 1600만 달러(약 219억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은행에서 돈을 빼돌리기 위해 자신을 오타니라고 속인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 밖에도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오타니의 계좌를 이용해 32만 5000달러(약 4억 4600만원) 상당의 야구카드까지 구매했다. 그리고 미즈하라의 학력 또한 위조가 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가운데 '괴담'은 또 추가가 됐다.

9일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자신을 오타니라고 사칭해 은행에 24차례나 전화를 걸어 돈을 이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2022년 2월 2일에는 은행 대표에게 전화해 자동차 대출을 요구,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개인 정보를 바꿔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증 번호가 날아오게 만들었다. 이어 2022년 미즈하라는 자신을 '미혼'이라고 속여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410만 달러(약 56억원) 상당의 소득을 누락, 치과 치료비 6만 달러(약 8200만원)도 오타니의 돈을 사용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미즈하라의 두 번째 법정 출석이 임박한 가운데 오타니 쇼헤이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다시 한번 미즈하라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30일 미즈하라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사령탑은 'MLB.com'의 배리 블룸 기자의 질문에 "배리,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그건 이미 끝난 일이야"라며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풀카운트'는 "로버츠 감독이 다소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9일 다시 한번 미즈하라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과 맞닥뜨렸다. '데일리 스포츠'는 "너무나 당돌한 질문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일절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고, 로버츠 감독은 "미즈하라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이것(혐의 인정)으로 일단락됐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까다로운 질문에 잘 대응했던 로버츠 감독과 달리 오타니는 아예 취재진과 만남을 거부했다. '데일리 스포츠'는 "피로 회복을 위함인지 경기가 끝난 뒤 이미 귀가했다"며 "구단 홍보팀은 오타니가 취재에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알렸다"고 전했다. '풀카운트' 또한 "클럽하우스 문을 열기 전 홍보팀이 '오늘은 오타니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모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3일 2만 5000달러(약 35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된 미즈하라는 징역 30년에 이를 수 있는 은행사기 1건, 최대 3년형의 허위 소득신고 1건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기로 했다. 미즈하라는 오는 15일 다시 한번 법정에 출석, 형량을 줄이기 위해 앞서 언급한 은행사기와 허위 소득신고를 모두 인정할 전망이다. 은행사기와 허위 소득신고가 더해졌을 때 최대 징역은 33년이지만,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만큼 형량은 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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