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종말의 바보'가 주연 배우 유아인이 초래한 어두운 터널을 뚫고 빛을 본다.

1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와 김진민 감독이 참석했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날 김진만 감독은 "글을 받았을 때 독특한 디스토피아물이라고 생각했다. 디스토피아를 향해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닌 '그런 상황에서 나는, 너는 어떻게 살 거야?'라고 묻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도망가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는 많다. 스스로를 구하고 주변인과 함께하는 사람이야말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뜻깊고 가치 있고 존중할만하다.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녔다. 소소한 것 같지만 큰마음의 영웅들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주 어린 4살 아이부터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까지 나온다. 모두에게 남은 시간은 똑같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면을 보여준다. 도망을 못 갔다는 측면에서, 저렇게 죽음을 맞이할 생각을 한다는 면에서 다 바보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깊은 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종말의 천재'다. 제가 여태껏 한 작품 중 가장 철학적이다. 연출로서 욕심이 많이 났고 다양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혼돈의 상황이 빠르게 지나갔다. 특히 엔딩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것 때문에 가슴이 두근댔다. 완성작을 볼 때도 엔딩장면이 큰 울림을 줬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관전포인트를 꼽았다.

극 중 안은진은 중학교 기술가정 선생님인 세경을 연기했다. 그는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마음을 품고 미묘하게 변해간다. 주변 사람의 걱정을 사지만, 세경에게는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다. 마음을 쏟고 함께 종말을 맞이하는 선택을 한다"면서 "아이들이 잡혀가고 아이들의 시신을 보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크다. 아주 평범한 인물이지만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을 겪는다. 정말 그런 일을 겪는다면 우리 모두 세경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다. 

김 감독은 "대본 받자마자 '저는 안은진이요' 얘기했다. 은진 씨가 뜨기 직전이었다. 제작사와 넷플릭스에서 고개를 갸웃하더라. 그 전에 전 이미 은진 씨 소속사 대표를 찾아가 같이 하겠다고 얘기했다. 유아인과 안은진은 같은 소속사다. 당시 '전 유아인 얘기 하려고 온 게 아니다. 필요 없다. 은진 씨 달라'고 얘기했다. 퍼스트 초이스 원픽이다"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한 작품 공개에 앞서 MBC 드라마 '연인'으로 비상한 안은진에 대해 김 감독은 "이미 넷플릭스에 공개 전에 은진 씨가 확실히 떠 있을 거라고 얘기했었다"고도 전했다. 

'종말의 바보'는 세경(안은진)의 오랜 연인이자 생명공학 연구소 연구원 윤상을 연기한 유아인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며 공개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감독은 "공개 하겠지, 하겠지 했는데 '안 하네'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넷플릭스로부터 모르겠다는 답변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공개를 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반갑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한 번도 공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유아인 이슈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배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열심히 만든 작품이고, 시청자 분들에게 돌 맞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작품의 주인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와 시청하는 분들이다. 함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했고 함께할 운명을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인 유아인의 이슈로 인해 재편집을 감행해야 했던 김 감독은 "초반 3부까지 편집을 했을 때 이슈가 불거졌다. 초반에는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제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더라. 그 와중에 넷플릭스 프로듀서에게 편집을 다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던 찰나였다. 뒤로 갈수록 다른 부분을 보게 돼서 앞부분을 편집하고 싶었다. 비밀인데 넷플릭스가 편집하고 나면 손을 못 대게 한다. 근데 핑계가 생긴 거다"며 웃었다.

이어 "잘 됐다 싶어서 편집을 했고, 시청자분들이 불편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량을 손 본 것도 사실이다. 관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다 빼기는 때문에 불가능했다. 불편하지 않길 바라지만,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했는지는 제가 판단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스토리와 배우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내에서 분량이 조절 됐고, 필요한 부분은 쓸 수 밖에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 시작 전에 유아인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아인 씨가 저를 파악하려는 시간도 있었다. 급수가 좀 높구나 생각했다. 이 배우랑 작품을 하려면 나도 준비를 많이 해야겠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안은진은 '연인'에 이어 흥행 운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언제나 배우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기다리는 순간도 소소히 얘기 나누면서, 모임 가지면서 공개를 기다렸다. 열심히 촬영한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김 감독은 "철학적이라고 했지만 어렵지 않다. 굉장히 쉬운 드라마다. 종말을 앞둔 한 마을 사람의 이야기로서 연속극 같은 느낌도 있고 내 친구, 내 동생, 내 부모님을 다 찾아볼 수 있을 거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종말의 바보'는 오는 26일 공개된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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