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왜 데려왔는지 생각하며…" KBO 최다 실점 기록 이후 '절치부심' 1위 상대로 쾌투, SSG 외인의 반등 시작된다 [MD인천]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선발 더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선발 더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절 왜 데려왔는지 생각했다."

로버트 더거(SSG 랜더스)는 지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 트리플A팀인 라운드 락 익스프레스에서 29경기 7승 10패 146⅓이닝 63사사구 143탈삼진 평균자책점 4.31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라운드 락이 있는 퍼시픽 코스트 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 리그다. 그 무대에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큰 기대를 불러 모았다. SSG 이숭용 감독은 최소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로 봤다. 하지만 초반에는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

더거는 지난달 26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 처음 KBO리그 마운드에 올라와 5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3이닝 12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14실점(13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이었다. 그 후 12일 수원 KT 위즈전에 다시 나섰지만,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다. 평균자책점은 14.40까지 치솟았다.

'절치부심'한 더거는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데뷔전이었던 한화전 이후 첫 홈 경기 등판이었다.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선발 더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선발 더거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출발이 좋았다. 박찬호를 2루수 뜬공, 최원준을 우익수 뜬공, 김도영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1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2회초 선두타자 최형우를 자신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이우성에게 3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았다. 서건창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한준수를 상대로 삼진을 솎아내 실점하지 않았다. 3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더거는 4회 흔들렸다. 김도영 안타, 최형우 볼넷으로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소크라테스의 진루타로 1, 3루가 됐는데, 이우성이 3루수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더거의 이날 경기 첫 실점이었다. 하지만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5회초 더거는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이창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고 이어 박찬호를 삼진으로 잡았다. 계속해서 최원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으며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더거는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KBO 데뷔 후 최고의 투구였다. 이후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며 아쉽게 첫 승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결승타가 터져 팀은 7-5로 승리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더거는 "투구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괜찮다.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괜찮다"며 "KIA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타자들이 많아서 초구부터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겠다고 계획했다. 그대로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더거는 지난 NC전에서 14실점한 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나섰다. 그는 "아마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안 좋았던 투구였을 것이다.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다. 그냥 그런 마인드로 극복하려고 했다. 당시에는 멘탈적으로 많이 지쳤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어떤 투수고 SSG가 날 왜 데려왔는지 생각하며 멘탈적으로 회복했다"며 "확실히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조언도 그에게 힘이 됐다. 더거는 "너무 완벽하게 던지지 말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했던 말들이 도움이 됐다. 저도 조금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조금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 부분이 많이 도움 됐다"고 밝혔다.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이숭용 감독이 7-5로 승리하 뒤 선발 더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이숭용 감독이 7-5로 승리하 뒤 선발 더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숭용 감독은 "더거의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아쉽다. 강팀을 상대로 호투했다. (이)지영이와 더거가 오늘 게임을 잘 준비하면서 좋은 투구를 유도했다"고 칭찬했다.

인천=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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