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 배두나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망사건 바탕…버티는 이들에게 위로 되길"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배두나가 '다음 소희'에 담은 진심을 이야기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다음 소희'의 주역 배두나를 만났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한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각본, 연출을 겸한 정주리 감독은 2017년 전주의 통신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있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배두나는 소희의 마지막 수개월을 되짚어나가는 형사 유진 역이다. 과거 춤 연습실에서 우연히 소희를 마주했던 유진은 학교, 콜센터, 교육청을 찾아 소희의 자살은 뚜렷하게 사회 문제라며 수사 확대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다.

영화 '도희야'(2014) 이후 정주리 감독과 재회한 배두나는 "감독님께서 연락이 없으셔서 잘살고 있는지 몰랐다. 여전히 절 기억하고 불러주셨다. 매일매일 연락하던 사이보다 조금 더 감동이었다. 고마웠다"고 유진이 된 과정을 돌이켰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에게 '동지애'를 느꼈다며 "영화를 찍을 때 배우는 중간 촬영만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소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지처럼 지켜봤다. 상업 영화계에서 투자가 잘 된다거나 기대작이 아니다.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것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감독님이 되게 믿음직스러웠다. 타협하지 않더라. '도희야' 때보다 리더십이 훨씬 많아 보였다. 8년 전엔 쑥스러움이 많았는데 이번엔 끌고 나가야 한다는 리더의 마음이 강해졌다. 시간도 지체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시원하게 지시를 주셨다"고 했다.

'도희야'부터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영화 '브로커'(2022), '다음 소희'까지 연달아 형사로 분한 배두나다. "좋게 생각하려 한다"고 한 그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공직에 있는 역할을 만든다고 본다. 사실 형사가 주인공이라기보다 사건을 보는 역할이 많다. 20대부터 해온 역할이 관찰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들어온 것 중 고르는 거다. 어쩌다 보니 받아들여졌다. 굳이 형사 역이라고 피하고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 안 했다. 직업일 뿐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극 중 유진을 놓고는 "사회에 잘 속하지는 못 한다. '도희야'의 영남보다 처절하게 외로웠던 것 같다. 세상에 엄마와 단둘이었고 엄마가 오래 아파 10년간 병간호를 했다. 경찰 본청에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잘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배두나는 얼마 전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일부러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케줄표를 보니 시사회 다음 기자 간담회, 포토 타임이 붙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울 것 같더라. 평생 남을 사진"이라는 이유에서다.

영화의 바탕이 된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망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다. 다만 배두나는 '다음 소희' 촬영을 마친 뒤에야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다며 "영화가 실화 기반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픽션이 들어가 있는데 다르면 고정관념에 빠질까 두려워 안 봤다"고 부연했다.

또 "감독님이 취재 기자가 쓴 책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의 글을 읽고 감정적으로 소희도 유진도 이럴 만하다고 느꼈다. 억지스러운 게 없더라"라고 전했다.

전반부가 소희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후반부는 유진이 이끌어간다. 배두나는 이러한 전개 방식이 "부담스럽고 걱정됐다"면서도 "관객 여러분이 제가 나온 지점부터 감정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날것의 연기로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관객과 호흡하려 했다. 유진이 처음부터 나오는 것보다 훨씬 참신하고 좋았다"고 했다.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고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도쿄필맥스영화제, 핑야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배두나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게 제일 떨린다"며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는 건 물론 기쁘지만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두나는 소희 역의 신예 김시은에 대해 "제 거 모니터 안 해도 시은이 건 했다. 깜짝 놀랐다. 영화를 처음 찍은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구나. 당차고 좋았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시은이를 통해 소희의 순수하고 열심히 싸우려고 하는 패기가 와닿았다. 정말 잘하더라. 연기하는 걸 보고 제가 확신이 왔다. 이 영화 정말 좋겠다고. 감독님께 빨리 편집해서 영화제에 출품해보라고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사회와 어른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장실습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묻자 "'다음' 소희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든 제목"이라면서 조심스럽게 운 뗀 배두나는 "찍고 무슨 생각까지 들었냐면 소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데 그 선택을 안 한 사람이 있을 거다. 버텨줘서 고맙더라"라며 "이 영화가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소희'는 오는 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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