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무리뉴, “왜 반칙이야?”에 경고...“왜 반칙 아니야?”에 퇴장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조세 무리뉴 AS 로마 감독이 라이벌전에서 경고 두 장을 받아 퇴장 당했다.

AS 로마는 25일 오전 1시(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나폴리와의 2021-22 세리에A 9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로마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3위권을 맹추격할 수 있었지만,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쳐 4위에 머물렀다. 원정팀 나폴리는 리그 1위를 유지했다.

승리가 더욱 절실한 쪽은 로마였다. 로마는 22일에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에서 FK 보되 글림트(노르웨이)에 1-6으로 크게 졌다. 주전 선수들을 대거 빼고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그래도 로마라면, 그래도 무리뉴 감독이라면 이 경기를 잡았어야 했다. 예상치 못한 1-6 대패를 당한 로마는 이번 나폴리전에서 분위기 반등을 노렸다.

무리뉴 감독은 최정예 라인업을 꾸렸다. 타미 아브라함, 헨리크 미키타리안, 로렌조 펠레그리니, 니콜로 자니올로에게 공격을 맡겼다. 루차노 스팔레티 감독이 이끄는 나폴리는 빅토르 오시멘, 로렌조 인시녜, 마테오 폴리타노 등으로 맞섰다.

팽팽하던 경기에 불꽃이 튀었다. 전반 18분경 나폴리가 역습을 시도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폴리타노가 로마 수비수 마티아스 비냐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휘슬을 불어 로마의 반칙을 선언했다. 이때 무리뉴 감독은 벤치를 박차고 나와 허공에 두 차례 주먹질을 하며 “왜 반칙이야! (상대 공격수의) 다이빙이잖아”라고 소리쳤다. 주심이 무리뉴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두 번째 경고는 후반 35분경에 나왔다. 이번엔 로마의 공격 상황이었다. 자니올로가 드리블을 하던 중 나폴리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이 반칙을 불지 않자, 무리뉴 감독은 허공에 발길질을 “왜 반칙이 아니야!”라고 소리치며 짜증냈다. 결국 주심은 무리뉴에게 두 번째 옐로카드와 함께 레드카드를 꺼냈다. 무리뉴 감독은 주심을 향해 엄지를 치켜 들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어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로마는 TOP 4팀 상대로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나폴리와 비겼다. 유벤투스전(0-1 패)에서도 잘했다. 로마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고 돌아봤다.

이날 무리뉴 감독만 퇴장당한 게 아니다. 상대팀 나폴리의 스팔레티 감독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스팔레티 감독은 경기가 0-0으로 끝나자 주심에게 다가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주심은 이를 조롱성 제스처라 판단해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심판에게 인사를 했을 뿐인데 오해를 하더라. 오늘 그에게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축구계에서 한 성격하는 두 명장이 나란히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났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지만 두 감독의 성향과 경기 중요도를 이해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진 = AFPBBnew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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