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징어게임’, 각자도생 코리아의 세계화[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한국은 선진국이다. 세계 경제 10위 규모다. 외형은 그럴싸하지만, 내실은 불안불안하다. 양극화는 심해졌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중산층이 붕괴된지 오래다. 미래를 이끌고나갈 청년들은 만성적인 실업에 좌절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어느 국회의원의 아들은 6년을 일하고 50억원의 퇴직금을 챙겼다. 직장인은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10곳 중 9곳이 망한다는 자영업자의 비명은 하늘을 찌른다. IMF 이후 한국인은 각자 알아서 생존하는 삶을 강요받았다. 전 세계를 놀라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각자도생 코리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생충’은 처음엔 고급주택에 사는 부자 박동익 사장(이선균)과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김기택(송강호) 가족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중반 이후 지하실에서 더 가난하게 사는 오근세(박명훈)가 등장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애초 오근세의 부인 국문광(이정은)이 기택의 부인 충숙(장혜진)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의 간절한 애원을 받아줬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택 가족이 박동익 사장과 부인 연교(조여정) 모르게 오근세에게 밥을 계속 주었더라면 두 가족은 별 탈없이 공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뼛속 깊이 각자도생 DNA가 박혀있는 기택 가족은 불우한 이웃이 내민 손을 차갑게 거절했다.

전 세계 1억 1,000 가구 이상이 시청한 ‘오징어게임’은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의 디스토피아를 펼쳐낸다. 456억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456억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살벌한 게임은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한 참가자들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일확천금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다른 참가자들이 죽어야만 하는 잔인한 현실이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잔혹함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비참하다. 오죽했으면 ‘456분의 455’의 확률로 죽는 게임에 몸을 던졌겠는가.

하루하루 처절한 생존투쟁을 이어가는 한국의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이야기가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이유는 대다수 삶이 극중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인 양극화는 ‘20%대 80%’의 사회를 넘어 ‘1%대 99%의 사회’를 낳았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상화폐 열풍, 빅 테크 기업의 등장 등이 ‘오징어게임’을 낳은 시대적 배경이다. 빈부격차의 확대로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진 99%의 민중은 알아서 제 살길을 찾아야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기생충’의 삶을 견디다못해 ‘오징어게임’에 참여했다.

각자도생 코리아는 그렇게 세계화가 됐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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