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두산의 미란다 [MD포인트]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 미란다의 겉(4승, 평균자책점 3.49)과 속(9이닝 당 볼넷 6.99)은 달랐다.

미란다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시즌 5차전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6볼넷 4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외국인 투수들과 모두 결별하며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당초 두산은 로켓보다 일본과 대만에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미란다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미란다는 기대와 달랐다. 시범경기에서 제구에 물음표가 붙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낸 것도 잠시였다. 다음 등판에서 1실점에 그쳤지만, 2⅓이닝 만에 강판됐다. 과정이 매우 좋지 못했다. 한차례 조기강판을 경험한 후 3연승을 달렸지만, 매 경기 3개 이상의 볼넷의 불안한 제구는 극복해야 할 숙제거리였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볼넷이 늘어났다. 이날 미란다는 총 투구수 97구 중 스트라이크는 49구(볼 48구)에 불과했다. 최구 151km의 빠른 공과 낙차가 큰 포크볼도 불안한 제구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란다는 경기 시작부터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행히 오지환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하지만 김현수를 깔끔하게 잡아내지 못하며 볼넷으로 내보냈고, 후속타자 채은성에게 투런홈런을 맞았다. 볼넷이 낳은 '스노우볼'이었다.

2회는 더욱 힘겨웠다. 미란다는 김민성에게 2루타를 맞은 후 흔들리기 시작하며 폭투를 기록,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유강남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3실점째를 기록했다.

안정을 찾지 못한 미란다는 정주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제 손으로 만루 위기를 만들었고, 홍창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등 3회에만 3실점을 마크했다. 투구수는 불어날 만큼 불어났고, 미란다는 4회초 한 점을 더 내준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미란다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총 6경기에 등판했는데, 평균 소화 이닝은 5이닝이 채 되지 않는다. 경기당 투구수는 97.5구로 매우 비효율 적이다. 9이닝당 볼넷은 6.99개, 사사구는 7.3개로 많다. 많은 승리와 낮은 평균자책점 등의 표면적으로 보이는 기록과 달리 민낯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제구 불안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단기전으로 갈수록 더욱 치명적이다. 두산의 고민이 깊어져 간다.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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