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겸업' 키움 김혜성, 자리 뺏겼다? 가치를 높였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느 포지션이든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 에디슨 러셀이 이달 말 키움에 합류한다. 키움 내야는 가뜩이나 포화상태. 더구나 러셀은 2루와 유격수를 주로 보는 전형적인 중앙내야수다. 기존 내야수들 중 누군가는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손혁 감독은 오윤 코치를 통해 김혜성, 전병우, 김웅빈의 외야 겸업 여부를 타진했다. 돌아온 답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김혜성에겐 진심이 느껴졌다. 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어느 포지션이든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겸업이라도 해도 내야수가 갑자기 외야수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다. 손 감독은 김혜성의 오픈마인드를 높게 평가했다. 김혜성은 "물론 내야수가 좋지만, 벤치에 앉아있고 못 나가는 것보다 외야에 나가서 경기에 뛸 수 있는 게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라고 했다. 마침 중학교 시절 외야수를 본 경험이 있었다.

2일 고척 두산전서 데뷔 후 처음으로 외야수로 선발 출전했다. 좌익수였다. 5회말에 결정적 호수비를 했다. 장타자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서면 외야수는 당연히 펜스 쪽으로 물러난다. 그러나 김재환의 타구가 빗맞았고, 재빨리 뛰어나온 김혜성이 몸을 날려 걷어냈다. 김혜성은 "빗맞은 게 느껴져서 전력으로 뛰어서 갔는데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했다"라고 돌아봤다.

손혁 감독은 "수비는 천재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전문 외야수라도 그 정도로 빠르게 판단해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타구에 대한 집중력이 좋고, 발도 빠르다.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대신 수비 센스가 대단한 걸 입증한 장면이었다.

김혜성은 앞으로도 종종 좌익수로 나설 전망이다. 러셀이 1군에 가세하면 빈도는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는 "러셀은 유명한 선수이고, 잘 하는 선수다. 같이 야구하고 싶다. 잘 하면 보고 배울 것이다"라고 했다.

오 코치와 두 차례 정도 외야에서 타구를 보고 판단하는 연습을 했다. 김혜성은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앞으로 실수도 나올 것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고 똑같이 할 것이다.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외야로 나갔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혜성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너무 잘하려다 보면 실수가 나온다. 기본만 하면 된다. 내야는 주로 땅볼에 대비해야 하고, 외야는 양 옆으로 뜨는 타구에 대비해야 하는 게 다르다"라고 했다.

이정후의 도움도 받았다. 김혜성은 "외야에 나가서 타자에만 집중했다. 대화도 많이 하고 콜 플레이를 잘 하자는 생각도 했다. 정후가 말을 시켜줘서 긴장도 풀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을 잡는 걸 좋아한다. 항상 타구가 나에게 오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김혜성은 외야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종종 외야수로 나서려면 감각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연습은 필요하다. 김혜성이 외야수로 좀 더 경험을 쌓으면 본인 가치를 키우는 것이다. 키움도 야수 활용폭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본분은 잊지 않았다. 김혜성은 전문 멀티 내야수다. 훗날 외야수로 전환하자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건 잘 모르겠다.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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